월요논단

[월요논단] 상호 관계를 중시하며 상대를 이해하게 되기를

입력 2023-07-30 19:11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7-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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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아내의 자리를 겸한지 30개월이 흘렀다. 딸들의 아버지로 사는 삶이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로서의 역할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그 자체로 한계를 느끼게 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 할지라도 아버지에게 아들과 딸, 어머니에게 딸과 아들을 돌보는 일은 상대적이라 느끼게 된다. 가족 간의 관계에서도 누구와 상대가 되느냐는 사뭇 다른 듯싶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었고 어머니의 아들이었다. 서운함도 있었지만 죄송스러움이 더 많고 크기만 하다. 생각해 보니 어머니는 늘 내 투정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세상살이에서 내게 자식과 부모로서의 역할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살다 보니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 또한 버겁고 힘겨운 일이었다. 2023년을 맞이하면서 오랜 기간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전화번호를 정리하기로 했다. 그렇게 2천명의 전화번호를 삭제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누군지 확인이 되지 않는 전화를 받게 되는 것이었다. 당당하게 그간 서로 연락이 없었기에 번호를 삭제하였노라고는 누구에게도 고백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다시 전화번호를 저장하기로 했고, 새롭게 관계된 사람들의 전화번호도 저장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니 관계란 내가 일방적으로 끊고 맺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이고 상호 작용에 의한 것이다.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면 전화번호의 저장도 삭제도 내가 결정하는 것이겠으나 상호 관계에서 본다면 그건 내가 일방적으로 판단할 일은 아니다. 다만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지에 대한 보다 확고한 기준이 먼저 정립되어야만 했던 것이었다. 


우리 사회 내 편·네 편 철저 양분
폭행당한 교사를 조롱하는 부모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집단


그런데 우리 사회는 서로의 관계에 대하여 상대적 관계만을 중시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더 나아가 이분법적으로 재단이 된 듯하다. 상대적 관계에서의 우리와 그들도 아닌 듯싶다. 내 편과 네 편으로 철저하게 양분되고 있는 듯하다. 아니 좀 더 엄밀히 그렇게 우리 사회는 양분되었다. 특히나 정치와 정치적 집단에 의하여, 이들이 추종하고 조정당하는 집단들에 의하여 우리 사회의 양분화는 격하게 심화하였다.

생전 어머니께서는 내 집사람과 갈등이 생기면 이렇게 얘기하셨다. "얘, 어미야! 누가 시어머니인 줄 아니? 며느리 늙은 게 시어머니란다." 어머니께서도 며느리였고, 그러니 며느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말씀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머니와 집사람 사이에도 갈등이 있었고, 서로 풀지 못한 오해도 있었고 섭섭함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사람의 관계를 잘 맺는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는 듯하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위로하기보다는 내가 이해받고 위로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니 말이다. 아버지가 되어보고 아버지가 될 것인지를 선택하는 사람도, 선생님이 되어보고 선생님이 되는 사람도 없다. 개인이 갖는 기대는 상대의 역할에 대한 것인데 상대 또한 상대에게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니 그 기대라는 것도 상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디 건강한 공동체로 거듭나길
그런 소망에 내년 총선 기다려져


자녀가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선생을 선생으로 존중하지 못하는 부모에게 교육을 받은 학생이 학생다울 수 있겠는가. 그것도 학창 시절에 학생답지 못한 학생이었던 부모에게 태어나 가정교육을 받았다면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국민을 존중하고 국민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지. 그렇게 고민하지 않았던 정치인들에게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국민을 유권자로만 보고 우선은 그의 표를 받아 권력을 손에 넣겠다는 생각으로 고개 숙이고 잘하겠다 약속한 정치인이 국민을 위하고 시민을 위한 정치와 행정을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선생이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회에 폭행당한 교사를 조롱하는 학생의 부모,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집단이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화가 난다. 부디 우리 사회가 건강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로운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진정으로 기원한다. 그런 소망이 있어서인지 내년 총선이 기다려진다.

/김구용국 용인시외국인복지센터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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