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WIDE] 육아휴직은 멀고 '사표'는 가깝다

입력 2024-01-28 19:44 수정 2024-01-28 21:03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1-29 3면

저출생 대책 '그림의 떡' 볼멘 소리 가득


사업주 사실상 퇴사 종용 반응 다수
기업규모 작을수록 사용격차 뚜렷
승진 심사서 불이익 '현실에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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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수원시내 한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직원이 출생신고서와 정부3.0 행복출산 원스톱서비스 안내문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3.0 행복출산 원스톱서비스는 출생신고 당일 양육수당, 출산지원금까지 한 번에 신청 가능한 서비스다. 2024.1.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제 22대 총선(국회의원 선거)을 앞두고 여야가 저출생 대책을 앞다퉈 꺼냈다. 올해 역시 합계출산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올해 정책 초점도 저출생 극복에 맞춰지고 있는 모습이다. 육아휴직을 확대하고 부부가 같이 육아휴직을 쓸 경우 급여를 확대하는 등 여러 제도 개선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이렇게 제도를 내놔도, 실제 현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볼멘소리가 가득하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 '그림의 떡' 육아휴직

경기도의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A(35·남)씨는 최근 회사에 육아휴직 사용이 가능한지 물었다기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인사팀은 A씨에게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회사에서 쓸 수 있는지 물어보면 답변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육아휴직을 쓰지 말라는 의미인데,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거부하면 처벌받을 수 있어 확답을 피한 셈이다.

평택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B(40·남)씨 또한 아내가 아이를 낳았지만, 육아휴직은 입밖에도 꺼내지 못했다. 함께 일하던 직원이 육아휴직이 가능한지 회사에 물었다가 "육아휴직 얘기는 안 꺼냈으면 좋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직원이 10명도 채 되지 않아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다른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사업주 반응에 사실상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고선 입을 떼기 어려웠다는 것.

A씨는 "남편인 나까지 육아휴직을 쓰면 아이가 좀 큰 뒤 어린이집을 보내 안심이 될거 같아 휴직을 고민했는데 회사 반응을 보고 바로 마음을 접었다"며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도 부족해 퇴사를 각오하지 않는 이상 쓰기 어렵다. 다른 직원들도 모두 아내만 휴직을 썼더라"고 토로했다.

■ 5곳 중 1곳 육아휴직 사용 불가능, 승진도 늦어진다

A씨를 비롯한 현장의 목소리를 실제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결과(상시근로자 5인 이상 표본사업장 5천38곳 대상)를 보면 육아휴직 제도 관련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밝힌 사업체는 전체 응답자의 52.5%로 절반에 그쳤다.

27.1%는 '필요한 사람 중 일부가 사용 가능'하다고 했고 20.4%는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5곳 중 1곳은 육아휴직이 불가능한 셈이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격차가 컸다. 300인 이상 사업체는 10명 중 9명(95.1%)이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5~9인 사업체는 47.8%로 뚝 떨어졌고 10~29인 기업은 50.8%에 불과했다. 기업 규모별로 육아휴직 빈부격차가 뚜렷한 셈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육아휴직 급여가 낮아 최근 정부는 부부가 동시,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경우 급여를 높이는 정책을 제시했지만 육아휴직 문턱은 여전히 높은 것이다. 더욱이 응답한 사업체의 45.6%는 '육아휴직 기간을 승진소요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시간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들이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이 48.0%를 차지했으며 '사용할 수 없는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에'라는 응답도 25.7%로 높게 나타났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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