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상승 탓 녹조 뒤덮인 팔당호
1㎖당 유해 남조류 세포 8236개
"온도 떨어지면 냄새 사라질 것"
민원 속출에 안내문 게재한 곳도
최근 경기지역 곳곳에서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최대 식수원인 팔당호가 폭염으로 인해 녹조로 뒤덮인 것이 냄새를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은 19일 팔당호가 녹조로 뒤덮인 모습. 2024.8.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최근 경기지역 곳곳에서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이 폭염으로 지목됐다.
수도권 전역에 물을 공급하는 팔당호가 폭염 때문에 녹조로 뒤덮이면서 냄새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돼, 기후 변화가 일상생활까지 침투한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19일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팔당호에서는 1㎖당 8천236개의 유해 남조류 세포가 발견됐다.
이는 2015년 8월 17일(2만7천860개) 이후 9년여만에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평균적으로 7~8월 여름철에는 수온이 올라가며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5천개가 넘는 것은 9년여만이다.
최근 경기지역 곳곳에서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최대 식수원인 팔당호가 폭염으로 인해 녹조로 뒤덮인 것이 냄새를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은 19일 팔당호가 녹조로 뒤덮인 모습. 2024.8.1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팔당호는 21일 발표되는 측정 결과에 따라 '관심단계'가 발령될 것으로 전망된다. 2주 연속으로 1천개가 넘는 유해 남조류 세포가 관측되면 조류경보제에 따라 '관심단계'가 발령돼 조류 제거, 정수처리 강화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녹조가 번진 팔당호는 이미 도민들이 사용하는 수돗물까지 건너간 상황이다.
실제로 수원·부천 등 도내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며칠 전부터 수돗물에서 흙냄새·곰팡이 냄새가 너무 나서 수돗물 쓰기도 거북하다", "습한 날씨 탓인지 아무리 청소해도 냄새가 심각하다"는 등의 불만이 속출했다.
수원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수돗물 냄새와 관련해 민원이 많아지자 안내문을 게시했다. 2024.8.19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
수돗물 냄새 관련 민원이 많아지자 수원시내 한 아파트 단지는 입주민을 안심시키고자 관련 안내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안내문을 통해 "온도 상승으로 인한 현상으로, 타 단지에서도 같은 민원이 접수되고 있으며 온도가 떨어지면 냄새는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팔당호에서 관측된 아나베나 등의 남조류가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이라 도민들까지 불쾌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다행인 것은 수돗물 냄새나 성분이 인체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각 지자체 상수도사업소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된 광교정수장 등을 통해 정화작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오존과 입상활성탄을 활용해 수돗물을 여과하는 시설로, 냄새 유발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경기도수자원본부 관계자는 "남조류 확산 근본원인은 폭염이 맞지만 세부적인 원인은 복합적이기 때문에 측정 결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최근 소나기를 제외하고는 비가 많이 안와서 녹조류가 희석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폭기작업을 통해 팔당호 물을 순환해 녹조발생량을 완화하고, 팔당호 주변의 부유물질 제거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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