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경기도립극단(예술감독·전무송)의 기획공연으로 대학로 무대에 오른 '해가 져서…'는 영화 '약속', '신기전'과 연극 '불좀꺼주세요' 등으로 잘 알려진 국내 최고작가 이만희와 대학로 최고의 흥행연출 강영걸, 국민배우 예술감독 전무송 등 3인의 마에스트로가 뭉쳤다는 자체 만으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일제강점기 말 목포에서 아주 먼 작은 섬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연극 '해가 져서…'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바뀌는 인간의 나약함을 무대 위에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애초 일제시대가 배경이라 애국심과 민족주의에 한정될 것이란 걱정은 실로 기우였다. 일제란 어떤 시대적인 외압에 또다른 형태일 뿐 그 무대를 현재로 바꿔도 무방할 만큼 전하는 울림이 컸다.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거짓이 진실을 덮어버리는 세태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구수한 남도사투리는 인간의 희로애락은 물론 인간만사를 씨줄과 날줄로 엮고 있는 오해와 편견, 그리고 이해와 사랑이란 고물을 진하게 묻힌 인절미 같았다. 말 자체에서 나오는 해학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지만 어떤 고명을 입히느냐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이치가 바로 그렇다.
그리고 이내 연극을 다 보고 나면 '해가 져서 어둔날에 옷 갈아입고 어디 가오'라는 조금은 생뚱맞은 제목에 담긴 인간의 이중성을 목도하게 된다.
이번 공연에는 이찬우, 이승철, 김미옥, 김종칠, 강성해 등 중견 연기자 외에도 한범희, 김길찬, 임미정, 김요한, 윤재웅, 심완준, 우정원 등 도립극단 단원 30여명이 총 출연했다. 공연은 오는 2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