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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 노후된 주택 130여가구에 세계명작동화 등을 테마로 한 벽화가 그려져있어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지난 주말인 16일 입소문을 타고 아이들과 함께 동화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도로시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임순석기자 |
신도심으로 인구 빠져나가며 낙후지로 변해
꽃길 조성·벽화 작업에도 흉해 보이던 풍경
지역민 의견모아 동화테마 골목으로 탈바꿈
줄잇는 벤치마킹… 잃었던 자존감도 되찾아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부근에서 송월동 방향으로 조금 더 걷다보면 알록달록한 '동화마을'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겁많은 사자와 깡통로봇, 할머니 집으로 심부름을 가는 소녀를 잡아먹기 위해 나무 뒤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는 배고픈 늑대가 등장하는 '빨간모자', '엄지공주'와 '피터팬', '헨젤과 그레텔' 등등.

불과 1년전까지 칙칙한 시멘트 바닥에 노후된 주택이 밀집돼 있던 곳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소나무가 많아 '솔골', '송산'으로 불리다가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달이 운치가 있어 지금의 이름(松月)으로 불리고 있는 송월동은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된 후에는 독일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부촌을 형성했던 지역이다.
하지만 신도심으로 인구가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현재 송월동 일대는 주로 노령층이 거주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건물도 노후화되고 여기저기 빈집도 생겼다. 동화마을은 이처럼 열악해진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흔히 보아왔던 벽화그리기로 진행하던 도중 주민들과 소통이 이뤄졌다. 주민들이 선호하는 풍경화 등으로 벽화 작업을 전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담장 외벽 등에 있는 각종 가스관과 배전반 등 구조물이 문제였다. 애써 작업한 벽화가 오히려 흉물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원점에서 벽화그리기 작업을 재검토, 세계명작동화를 테마로 한 현재의 모습으로 방향을 최종 수정했다.
노후도가 심한 일부 건물의 외벽은 부분 수리하고, 가스관 등 구조물을 활용하기 위해 목재를 덧대는 등의 작업을 진행, 단순 벽화를 넘어 입체감이 살아있는 현재의 동화마을로 재탄생했다.

동화마을 사업을 기획·추진한 윤수용 중구발전기획단장은 1년 만에 달라진 동화마을 주민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작업 초기 문을 걸어닫아 놓고 지내시던 분들이 이제는 관광객들에게 자신이 사는 집이라고 먼저 나서서 소개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뭐라 그럴까요, 어르신들 스스로 자존감을 되찾았다고 할까요. 요즘은 골목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찾아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들이 달라지신 것 같습니다."
송월동 동화마을을 벤치마킹하려는 타 지자체 관계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한 윤 단장은 동화마을 사업을 진행하고서야 원주민을 위한 도시계획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 것인지 절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동안은 전면 철거후 개발하는 방식으로 도시개발이 이뤄지다 보니 원주민들을 더 열악한 곳으로 내모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비인간적인 방식이었죠. 동화마을도 과거처럼 전면 철거방식을 취했다면 이분들이 과연 어디로 가서 어떻게 지낼지…."
동화마을은 올해 인천시가 추진하는 '2014 원도심 행복찾기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으로 선정됐다. 중구는 인천시로부터 지원받은 23억여원을 포함해 올해 39억원을 들여 벽화 작업과 함께 화장실과 체험장 등 부족한 편의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를 포함해 향후 4~5년간에 걸쳐 송월동2, 3가동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동화마을을 넓혀나간다는 구상이다. 올해부터는 예술인을 포함한 외부 인사들을 참여시켜 타 지역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몇년간 중단되다시피 했던 주택 매매가 이뤄지고 있고, 노후된 집을 개·보수하는 주민들도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고 이 팀장은 전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 업체가 마을 입구에 들어서고, 관광객을 겨냥한 커피전문점 등도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중구는 주택가인 이 일대에 관광객을 위한 매점 등 편의시설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지역주민들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간이노점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부족한 주차장과 화장실 확충도 서둘러 동화마을을 개항장~차이나타운과 연계시켜 인천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가꿔나갈 계획이다.
/김도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