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시 근무시간 상당부분 '무급' 휴게·수면시간 채워
명절·연휴 24시간 노동해도 고작 6시간만 유급 인정
국민권익위, 심각성 인식 개선 권고… 시교육청 '외면'
야간에 학교를 홀로 지켜야 하는 당직기사들이 '혹독한' 근무환경에 방치돼 있다. 근로기준법상 감시단속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들 당직기사는 통상 오후 5시에 출근해 다음날 아침 9시에 퇴근한다.
공휴일에는 24시간 학교에서 살다시피한다. 60대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이고,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교육당국의 외면을 받는 직업이기도 하다.
경인일보는 인천지역 학교 당직기사들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개선 방안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인천시 부평구 한 초등학교의 16.5㎡ 남짓한 숙직실. 이 학교 당직기사 A(66)씨는 여기서 평일 16시간, 공휴일 24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A씨가 유급 근로시간으로 인정받는 시간은 평일 5시간30분, 공휴일 6시간뿐이다. 평일만 해도 10시간 이상은 쉬거나 잠자는 시간으로 분류돼 있지만, 실제 A씨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근무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숙직실에 설치된 48.26㎝ 모니터 3대를 통해 학교 정문과 후문, 운동장, 본관 등 9곳의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것은 기본.
누군가 학교에 들어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잡히면 즉시 출동해야 한다. 노후된 시설 때문에 누전이 생겨 소화전이 울리거나, 학교내 경비시설이 작동해도 확인하러 나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쉬는 시간이나 취침 시간은 그림의 떡이다.
명절이나 연휴 때의 근무조건은 더욱 심각하다. 교대 근무 없이 혼자서 꼼짝없이 학교를 지켜야 하기 때문. A씨는 광복절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14일 오후부터 18일 오전까지 4박5일을 학교에 머물러야 한다. 추석 연휴 때도 쉬지 않고 근무해야 하는 A씨가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107만5천원이다.
인천 505개 학교에서 일하는 당직기사 530명은 평일 평균 15시간, 주말·공휴일 24시간을 근무한다. 이 가운데 무인경비·2교대 근무를 하는 33개 학교를 뺀 494곳의 당직기사들은 교대근무자도 없다.
학교 당직기사 530명 중 210명이 받는 급여는 월 70만~110만원. 학교가 용역회사와 계약하면서 회사는 실질 근무 시간 중 상당 부분을 무급 휴게·수면 시간으로 채워넣었다. 게다가 근로기준법상 휴게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적용받지 못하다보니 쉬는 시간에도 숙직실을 벗어날 수 없다.
당직기사들이 바라는 건 '2교대제 도입'과 '유급 근로시간 확대' 등이다. 인천시 서구 한 초등학교의 당직기사 B(64)씨는 "괜히 요구했다가 잘릴까봐 말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작년 실태조사를 벌여 학교 당직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당직기사의 처우를 개선하라고 교육청에 권고했다.
하지만 인천시교육청은 예산타령뿐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당직기사 월급은 개별 학교의 학교 운영비에서 지불하고 있는 만큼 학교측에 더 주라고 강제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다른 시·도교육청과 이 부분의 예산에 대해 협의중이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집중진단]학교 당직기사 처우 이대로 좋은가·상
하루 16시간 일해도… 손에 쥐는건 '한달 107만 5천원'
입력 2014-08-10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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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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