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자와 쫓겨나는 자
단속 피하다 큰 부상 아미노씨
출국은 유예 됐지만 다리 절단
체불에 고용청 방문 솔로몬씨
체류 만료 확인되자 보호실로
임금도 받지 못하고 송환위기
“같은 단속 피해, 구제 재량뿐”

다리를 잃은 그녀는 잠시 머물 기회를 얻었고, 체불임금을 요구한 그는 구금됐다. 같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였지만 국가의 선택은 달랐다. 한 사람은 신체 절단 부상으로 체류를 허락받았고 다른 한 사람은 권리를 말한 순간 보호실로 향했다. 법무부의 잔류 허용은 극히 제한적이다. 기준은 있지만 현실에서는 ‘재량’에 흔들린다.
1일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대부분의)난민신청자들은 심사 과정에서 생존할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일할 권리 등이 막힌 채 체류 연장도 좌절되면 결국 미등록 상태로 내몰리고, 보호소나 추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예외적인 사례인 에티오피아 국적 아미노(38)씨는 지난 2022년 한국에 입국한 난민신청자다. 정치적 탄압을 피해 이곳에 도착했지만 주거 불안 등으로 체류 연장은 막혔고 결국 신분이 모호한 상태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지난 3월, 그는 파주시의 한 골판지 공장에서 일하던 중 출입국 단속을 피해 몸을 숨기다 압축기계에 다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끝내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현재도 아미노씨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감염 관리 등 치료를 받고 있다. 출국이 유예되고 보호소 이송은 중단된 상태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보호소 밖에서 지낼 수 있는 틈은 중대한 사고나 극한 상황에서나 간신히 열린다.
10년 넘게 용인의 석재공장에서 일한 필리핀 국적의 솔로몬(39)씨는 지난해 11월 퇴사 후 퇴직금 등 5천만원 가량을 받지 못했다.

지난달 18일 수원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서 2차 대질심문을 마치고 나오는 그를 향해 ‘시비가 붙었다’는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다가왔다. 체류기간 만료 사실이 확인되자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수원출입국 보호실에 구금됐다.
그날 노동청 문밖에 남겨진 건 제도의 벽 앞에 홀로 선 솔로몬씨였다. 귀국 의사도 있었지만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돌아갈 수는 없었다. 현재 그는 보호일시해제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임금체불을 사유로 보호실 밖으로 나오려면 고용주나 노동청이 발급하는 임금체불 확인서가 필요한데, 솔로몬씨는 구제 절차를 진행 중인 상태에서 붙잡혔기 때문이다.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임금체불을 확인하려는 출입국사무소의 출석 요구를 사업주가 응하지 않아 절차가 지연되는 것도 문제지만, 법무부가 임금체불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상황도 문제”라며 “출입국은 고용관계와 진정 과정만 확인해 보호를 해제하면 되는데, 급여통장 내역과 사업주 진술 등을 통해 임금체불이 사실인지 여부까지 조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장의 출석 거부, 감독 당국의 소극적 대응 속에 그는 지금도 구금 상태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출입국관리법 상 체류기간을 넘긴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보호소 수용 대상이지만 임금체불 피해자는 예외적으로 보호일시해제를 신청할 수 있다. 체불금이 5천만원 이상이면 노동부는 중대 사건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임금체불 확인서와 최대 2천만원에 달하는 보증금, 신원보증인 등이 필요해 문턱이 높다. 결국 구금 상태에서 구제 절차를 시도하다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송환되는 경우가 많다.
김연주 활동가는 “같은 출입국 단속 피해라도 누구는 구제되고, 누구는 외면당한다. 그 판단은 결국 행정 재량에 달려 있다. 피해자가 구조를 요구하려면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려야 하는 현실은 비극적”이라고 전했다.
다음 달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앞뒀지만 체류와 구금의 경계는 모호하다. 보호와 통제, 인권과 폭력, 권리와 배제의 경계에서 국가는 고통의 크기로 체류 여부를 가른다. 그 경계 앞에 ‘누가 남고 누가 떠나는가’라는 때마다 답이 달라지는 질문이 남았다.

/유혜연·목은수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