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지난 8월29일부터 9월6일까지 첫 유럽연주 투어에 나섰다. 계관지휘자 임헌정과 부천필이 보여준 음악적 성취는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을 들썩거리게 만들었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클래식 음악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부천필의 마지막 연주회가 열린 지난 9월4일 밤 무지크페라인홀엔 한동안 적막감이 흘렀다. 나무 의자에 빼곡하게 앉아 있던 1천500여명의 관람객들이 갑자기 숨을 멈췄다.

부천필의 마지막 연주곡인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이 아름다운 노래로 끝을 맺게 되자 관람객들 모두가 전율에 빠진듯 했다. 때론 그 누구보다도 격정적이고, 섬세한 부천필의 연주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쏟아졌고 커튼콜이 이어졌다.

빈 연주 초반에 부천필은 유럽서 초연된 전상직 서울대 교수의 '관현악을 위한 크레도'가 현대곡임에도 전통과 현대의 음악적 성격을 대조적으로 살려 감동을 주며 한국 클래식의 수준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특히 부천필은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가 협연에 나선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관람객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빠트리며 유럽무대 데뷔에 성공했다는 찬사를 얻었다.

앞서 지난 8월31일 체코 프라하의 유서 깊은 공연장 스메타나홀서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고, 문하영 체코 한국대사는 "체코 프라하에서의 첫 연주회에서 음악적 수준이 뛰어난 체코인들로부터 부천필이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것은 초유의 사건이다"고 평했다.

이어 지난 9월2일 독일의 대표적인 클래식 공연장인 헤라클래스홀에서 열린 공연에 대해 33만부를 발행하는 '남독일신문'은 '부천필과 바이올린 강주미의 완전무결한 명연!'(9월6일자), 온라인 매체인 '뮌헨 바이에른'은 '유럽과 극동의 가교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할 정도로 유럽 3개 도시의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지난 2000년대, 말러 교향곡 시리즈 하나만으로도 국내 음악계를 평정했던 임헌정과 부천필이 '과연 유럽에서도 통할까'라고 의구심을 품었던 이들의 우려를 한순간에 씻어낸 것이다. 우려섞인 부천필에 대한 기대가 클래식의 본산인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 '통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최고로 아름다운 밤이 됐다.

25년간 부천시민회관 지하 연습장에서 실력을 쌓아온 부천필, 유럽인들에게 너무나도 생소했던 무명의 오케스트라가 진가를 인정받는 순간을 함께 해 더욱 뜻 깊은 밤이었다.

렌조아 유르겐 브루노 체코 음대 성악과 교수는 "섬세함과 에너지가 넘치는 임헌정과 부천필은 클라라 강과의 협연시 다양한 강약과 변화를 바로 캐치하는 유동성이 있는 반주로 솔리스트가 자유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높은 실력을 갖춰다"며 "빈 국립오페라 루살카를 반주한 빈 필과 비교했을 때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고 호평했다.

부천/전상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