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민 많았지만 다시 로펌행 결심
"공무원들 업무에 자신감 가지길"
2012년 11월, 용인시청 송무팀장에 변호사가 임용됐다.
이화여대 법학과를 나온 사법고시 연수원 36기 지영선씨. 용인시 첫 변호사 공직자였고, 중견 변호사가 사무관도 아닌 6급(주사) 자리여서 더 화제가 됐다. 벌써 2년이 됐고, 지 변호사는 다음주 시를 떠난다.
지난달 31일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검은색 폴라 티, 검은 생머리가 잘 어울리는 미인이었다.
그가 사직 의사를 전하자 시는 소매를 붙잡았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윤득원 시 재정경제국장은 "일처리가 야무지고, 무엇보다 동료들과의 친화력이 돋보인다"면서 좋은 재원을 놓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왜 한사코 가려는가. 무심한 거 아닌가. "고민을 많이 했지만 다시 로펌에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공부를 안 하게 되고 느슨해졌다. 어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청 안팎에선 처우가 불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남양주시는 비슷한 경력자가 사무관 대우를 받는다. 그렇지만 처우 때문만은 아니다. 용인은 사무관 변호사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거 잘 안다."
막상 그만두려니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한다. "보람도 있었고, 재미도 있었다. 소송과 관련된 방향과 가닥을 잡아주고, 직원들과 협력하면서 하루하루가 소중한 경험이 됐고, 즐거웠다. 정이 많이 들었고, 보고 싶은 동료도 많을 것이다."
그의 눈에는 용인시 공무원들이 어떠했을까?
"행정공무원은 복지부동할 것이란 생각이 있었다. 와서 보니 그렇지 않았다. 열심히 일하고 더 잘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다 보니 나도 마치 오래된 직원처럼 느껴졌다."
치켜세우더니 쓴소리도 한다. "시 공무원들이 작아져 있다. 적극 행정에 대한 과도한 감사와 징계가 원인인 것 같다. 법원에 가서 판사에게 잔소리를 들어도 위축이 되더라. 그럴 필요없다.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다. 시를 대표해 권한과 책임을 다한다는 당당함과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시 농촌테마파크의 봄꽃과 가을 단풍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한다. 아직 미혼이라고 하자 여변호사들이 대체로 그렇다며 멋쩍게 웃는다.
그는 마지막으로 "수년 뒤 용인시에서 부른다면 당연히 다시 일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용인/홍정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