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롭게 추진하는 일은
교통전문화 사이드카순찰대 통합발족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경찰 확대 검토
직무 교육 강화… 인문학 소양 갖춰야
■소통과 인사는
칭찬 메일 받고 내용 확인후 진급시켜
능력·나이 원칙 승진 50%는 내근으로
치안정감 격 맞게 6명 총경 배출 포부
인천의 9개 경찰서와 70개 지구대·파출소 등에 경찰관 약 5천300명이 일하고 있다. 섬 155개를 포함해 약 1천40㎢ 면적의 치안 유지를 담당한다. 인천 경찰 조직을 이끄는 윤종기 청장은 치안정감으로 승격된 인천경찰청장에 오른 첫번째 인물이다. 치안정감이면 경찰청장 한 단계 아래 계급으로 10만 경찰 중 6명뿐이다.
인천의 경찰 지휘관의 계급 격상이 자신의 도시 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이 대부분일 것이다. 법에 어긋나는 일만 하지 않으면 경찰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런데 윤종기 인천경찰청장은 경찰의 변화가 도시의 삶을 바꿀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7일 오후 인천청 회의실에서 윤 청장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올해 인천경찰청장 자리에 있으면서 새롭게 추진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경찰 평가 중 가장 중요한 게 교통이다. 교통 전문화가 필요하다. 인천의 도로망은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자연적으로 형성된 도로를 잇는 형태로 돼 있다. 러시아워때 막히는 곳이 많다. 그래서 아침, 저녁 차량 혼잡 시간대 지구대 등 지역 경찰이 나가 수신호로 흐름을 조절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아마 조금 있으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러시아워 때 경찰을 많이 만날 것이다. 또 곧 사이드카순찰대를 발대한다. 각 경찰서에 소속된 사이드카팀을 통합해 인천경찰청 소속으로 둘 것이다. 사이드카순찰대는 24시간 대기하면서, 교통체증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나가 집중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중장기 과제로 인천시, 교통 유관 단체와 협력해 인천시내 사거리 교통량, 신호 주기 등을 분석해볼 생각이다. 그 결과에 따라 불합리한 좌회전 구간을 과감하게 없애고, 신호 주기를 조정하면 교통 흐름이 원활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지난 달 취임 이후부터 줄곧 '존중 문화'를 강조했다. 또 2015년을 인천 경찰의 존중 문화 확산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경찰 조직에 존중 문화를 확산하는 일이 왜 중요한가.
"존중이라는 것이 모든 경찰 업무의 키(Key)라고 생각한다. 경찰관이 자기 상사로부터, 자기 동료로부터 존중받아야 한다. 경찰관은 자신이 가치있는 존재, 의미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주위를 통해 매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존중 문화가 확산된 조직의 일원은 자기가 스스로 어떤 일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조직에서 긍정적 에너지가 생기고, 이 에너지는 곧 시민에게 돌아가게 될 수밖에 없다. 인천 경찰에서 존중 문화가 샘처럼 솟아나게 만들고 싶다."
- 경찰은 대민 서비스의 접점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업무의 효율성만을 중시하다보면 인권 침해 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최근 인천의 한 지구대 경찰관이 임의동행 과정에서 독직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사건도 있었다. 경찰의 직무 집행 절차 준수, 피의자·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생각인가.
"당시 사건과 관련해 전 직원에게 임의동행시 적법 절차를 준수해 인권 침해 사례가 나지 않도록 현장 직무 교육을 강화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것이다. 경찰의 역할 중 하나는 시민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경찰관은 법에 따라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하는 게 기본이다. 법적 지식을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경찰관이 돼야 한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문화 체험이 많은 경찰관이 사회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될 수 있고, 또 인권 보호에도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 인천은 외국인이 많은 도시다. 3D 업종에 종사하는 공장 이주 노동자에서부터 경제자유구역의 다국적기업, 국제기구의 직원까지 다양하다. 또 영종도에 외국인전용카지노 사업이 추진되는 등 외국인 치안 수요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에 따른 대응책은 무엇인가.
"관광경찰대 소속의 경찰관 24명이 인천공항, 차이나타운,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천을 찾는 외국인관광객이 곧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관문 도시로 관광경찰의 역할이 중요하다. 관광 경찰의 역할, 임무를 확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 청장께서는 '내부망 메일'로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직접 답변을 보내는 것으로 안다. 또 일주일에 두 차례씩 인천청의 각 부서와 돌아가며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부 소통을 강화하는 취지로 보이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오늘(7일)같은 경우 메일 50통이 왔다. 인사 관련된 고충이 많았다. 인사청탁은 인사를 왜곡시키지만, 자신이 또는 상사가 부하 직원의 인사를 건의하는 건 청탁이 아니다. 내부 메일을 보면 본인이 직접 인사 고충을 얘기하는 게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이 분은 이래이래서 훌륭한데 왜 진급을 안 시키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직원을 칭찬하는 메일을 받았다. 내용을 확인한 뒤 진급시켰다. 난 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옛날 어머니에게 배운건데, 리더십은 밥심이다. 소통이 잘 되고, 가깝게 지내려면 밥 한 끼 같이 먹는 게 최고다. 서천경찰서장으로 부임했을 때 '여러분 모두와 밥 한 끼 먹고 가겠다'고 했고 이를 실천했다. 인천에 있을 때 지방청 직원들은 나와 꼭 밥 한 끼 먹어야 할 것이다. 각 경찰서의 서장, 과장들과도 토요일에 등산을 하고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 인사의 원칙은 무엇인가.
"4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일 잘하고 능력 있어야 한다. 둘째, 능력이 비슷하면 좀 나이 먹은 사람을 우대한다. 셋째, 조직 내외의 평판이 안 좋은 사람은 배제한다. 넷째, 전체 승진 인력의 50%는 내근으로 채우겠다."
- 내근 기피 현상을 배려한 조치인가.
"그렇다. 외근이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부서가 내근이다. 특히 경찰서 수사과의 경제팀 업무를 강조할 것이다. 시민들은 도둑, 강도 잡는 경찰도 좋아하지만, 자기 돈 10만원 떼어먹은 사건을 해결해주는 경찰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 경제팀에 사건이 몰리는 문제가 있는데, 일부 사건을 다른 부서로 분산시킬 생각이다. 또 특진 등 인센티브를 적극 부여하겠다."
-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수석으로 입학, 졸업 이후 경찰 장학생으로 입직했다. 당시와 지금의 경찰상은 다를 것 같다. 경찰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어려서부터 제복을 좋아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군인이 되려 했지만, 고교 담임의 권유로 경찰의 길에 들어섰다. 1983년 23살에 경위가 됐다. 부도덕한 세상에 내가 제일 도덕적이라고 생각했다(웃음). 세상을 개혁하려고 했는데 일주일만에 포기했다. 당시 젊은 눈에 우리 경찰 시스템이 굉장히 불합리했다. 그 뒤부터 내 화두는 '나만이라도 좀 제대로 하자'였다."
- 인천 총경 승진자가 2명뿐이어서 '인천 홀대론'이 나왔다.
"치안정감 청장 격에 맞으려면 최소한 4명은 승진해야 했고, (본청으로부터) 시그널도 좋았다. 나는 (4명 승진을) 확신하고 있었는데 날벼락맞았다. 이건 시정돼야 한다. 올해 못받은 2명을 포함해 내년에 6명의 총경 승진자가 배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
/김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