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에겐 ‘청개구리’ 같은 성질이 있다. 금지된 것을 갈망하는 이상한 습성이다.
이를테면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흡연을 하거나,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자동차 안전띠를 매지 않는 등의 행위를 일삼는다. ‘부정 본능(Denial)’은 인간 본성으로 자리잡은 인간의 현실 부정 성향을 연구한 과학서다.
부정본능은 인도 출신의 의사이자, 당생물학 과학자로 인간과 유인원의 유전적 차이를 최초로 발견한 아지트 바르키와 미국 생물학자이자 유전학자인 대니 브라워가 함께 집필했다.
이들은 부정본능에 대해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정의내리며 인간의 심리적 측면에서 접근했다.
심리학에서 부정이란 ‘의식하게 되면 참을 수 없는 사고, 감정 또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누그러뜨리려는 무의식적인 방어기제’라고 말한다. 초기 인류는 인지 능력을 발달 시키는 와중에 인간의 죽음이라는 무서운 현실을 알아차렸고, 이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게 됐다.
결국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억제하기 위해 스스로 현실을 부정하는 능력을 진화시켜왔고 마침내 죽음을 잊는 고차원적인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현상과 이론을 연결시키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흔한 병 중 하나인 ‘우울증’도 부정본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부정적 문제로 인해 우울증에 걸린 환자들에게 치료제로 케타민을 복용케 하는데, 이는 몸과 정신이 분리되는 느낌을 줘 현실을 왜곡하고 부정을 심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저자들은 부정본능이 삶의 기쁨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우울증 환자에게 케타민을 복용케 해 현실 부정능력을 도와줄 수 있지만, 이는 한없이 현실을 잊는 조증이 심화될 수 있다. 또는 대형 재난사고나 테러, 전염병 등 인류를 휩쓰는 대참사가 벌어진 후에야 예방하지 못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을 반성한다.
강력한 부정본능으로 인해 재앙이 임박하지 않는 한, 위험을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최악의 실수를 범하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들의 논리는 실제 현실에서 숱하게 마주하고 있어 우리에게 무섭도록 와닿을 수 밖에 없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