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우 칼럼] 깊은 성찰이 필요한 우리 사회

이준우

발행일 2016-01-12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삶의 형태가 고착화 된 현실
부모자식·세대·스승과 제자 간
갈등·반목의 골 너무 깊어
사회지도층부터 열린 시각과
포용하는 마음으로 협력 이끌어야


2016011101000686600033961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새해 벽두부터 북한 때문에 온통 난리법석이다. 정치권도 장난이 아니다. 여당과 야당, 그리고 야당끼리도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느라 민생은 관심도 없다. 그러는 사이 국민들의 복장만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전셋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내 집 마련은커녕 전세대란으로 그나마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날 지경에 처한 소시민들, 언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수많은 직장인들,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채 노년을 맞이하여 수심에 가득 찬 어르신들에게는 당장의 전쟁촉발 위기도 문제지만 오늘 내일 먹고 살 일이 더 걱정이다.

반면, 부모가 물려준 재산으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사는 이들, 1980~90년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기반으로 한 몫 잡은 부자들, 정부의 각종 혜택으로 거부가 된 재벌들과 그 2세들의 목소리는 너무 자신만만하고 당당하다.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타인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는 자세는 없어 보인다.

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우리 사회는 희망은커녕 실망과 절망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암울한 현장이 되어 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실망과 절망의 끝에서 사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망이란 단지 생명의 끝이 아니라 자신의 꿈과 희망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살아갈 이유와 소망을 잃어버린 채 유지되는 생명은 살아있으나 죽은 거나 매한가지다.

우리 사회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온통 3망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 수 있다. 실망, 절망, 사망으로 말이다. 일자리가 없어 실망하고 절망하고 사망에 이르는 젊은이들의 통곡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직장에서 사장이나 상사의 갑질에 고통당하면서도 호구지책으로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근로자들의 소리 없는 탄식이 보이지 않는가? 정규직에 비교당해서 상심에 젖어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애환이 느껴지지 않는가? 부자노인의 여유로운 일상은 일부일 뿐 지금도 거리에서 노숙하거나 보일러도 가동되지 않는 차디찬 방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어르신들이 가슴에 다가오지 않는가?

너 나 할 것 없이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삶의 형태가 고착된 우리 사회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간의 갈등과 반목의 골이 너무 깊게 패였다. 무언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대로 갔다간 우리 사회에는 미움과 불신, 이기적인 자기욕망만을 향한 아귀다툼으로 가득 찬 생지옥이 될지 모른다. 깊은 자기성찰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다.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느낌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공존하는 데까지 다다르는 폭넓은 사고와 감정의 확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

나만을 위한 생각과 감정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 물꼬를 터야 한다. 맑은 정신과 깊은 사랑의 마음으로 내가 아닌 타인을 향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모범을 누군가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어떤 일이든지 전파되기 십상이다. 그러니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 열린 시각과 존중하는 마음으로 좌와 우, 안과 밖, 위와 아래가 서로를 향해 바라보는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 대립과 반목, 지엽적이고 비본질적이며 소모적인 논쟁으로 분열을 일삼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남을 이해하고 포용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실천해야 한다.

여당 의원들과 야당 의원들이 민생의 절절한 아픔과 어려움을 머리와 가슴에 새기며 지역의 현장으로 달려가 머슴처럼 진짜 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만이 아닌 타인까지도 아우르는 깊은 자아성찰이 필요하다. 정치권에서부터 출발해서 교육 현장과 일터, 가정까지 화해와 평화가 회복되어야 한다. 나를 먼저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게 대한민국이 살 길이다.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이준우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