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 홍헌표 '터닝메카드' 감독

애니메이션이란? 인간에 대한 이해×무한활용성

김범수 기자

발행일 2016-03-16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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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메카드 감독 인터뷰9
전국 아이들을 열광하게 한 순수 국산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의 홍헌표 감독이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만화의 인기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미래소년 코난' 좋아해 대기업 그만두고 日유학…
한국 얕보는 편견맞서 두배로 노력

애니는 영화·게임등 영향주는 '상위문화'…
3D분야 발전, 2D '위기'돈보다 인력양성 인프라 지원이 중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표현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2월 초 첫 선을 보인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 전국의 아이들은 열광했고 자연스레 터닝메카드 장난감을 사려는 부모는 유통매장 앞에서 긴 줄을 서야 했다. 중고시장에서 새제품 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는데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터닝메카드 장난감은 별도의 전기적인 동력장치가 없는 자동차에 카드를 가져다 대면 로봇으로 변신한다.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은 3세 유아도 반하는 이유다. TV안이나 밖이나 터닝메카드 열풍이다.

터닝메카드는 한국의 제작회사와 감독이 만든 순수 국산 애니메이션이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홍헌표(48) 감독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정과 애정 덕분에 가능했다. 처음부터 홍 감독이 애니메이션 제작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정치외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7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1년 3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이 후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홀홀단신으로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가족들의 반대도 극심했지만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싶다는 꿈 하나로,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순수 국산 애니메이션의 한 획을 긋게 됐다.

터닝메카드로 국산 애니메이션 열풍을 일으킨 홍헌표 감독을 지난 3일 서울 구로 e스페이스에서 만났다.

-첫 전공은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나. 어떻게 애니메이션 제작에 입문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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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이들을 열광하게 한 순수 국산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의 홍헌표 감독이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작업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승호기자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 하야오 감독의 '미래소년 코난'을 꾸준히 챙겨볼 정도였다. (웃음)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고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일본어를 공부해 도쿄 커뮤니케이션 아트라는 애니메이션 전문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2000년에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타크'에 15대 1 경쟁률을 뚫고 들어갔는데 한국인은 처음이었더라. 저를 뽑아준 사람이 하야오 감독의 선배인 쓰기이 기사부로 감독이었는데, 나중에 여쭤보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망과 의지가 너무나 좋았다'고 말씀하시더라. 그렇게 제2의 인생이 열리게 됐다."

-비디오 아티스트의 거장 백남준 선생 밑에서 일할 뻔한 사연도 있었다는데.

"일본 애니메이션 전문대학에서 저를 가르쳐 준 나카지마 코 선생이 있었다. 알고보니 나카지마 선생은 과거 스웨덴 유학 당시 만난 백남준 작가와 막역한 관계였었다. 저를 좋게 봐준 나카지마 선생이 제가 졸업할 무렵 취직과 함께 백남준 작가 밑에서의 미국 유학 등 두 가지의 기회를 줬어요. 백남준 작가 밑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당시 나이가 서른 살이 넘은 탓에 취직을 택했다."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일이 쉽지는 않았겠다. 문화적 차이도 있고.

"저를 아꼈던 일본인도 있었지만, 약간의 편견을 갖고 저를 대했던 일본인들도 더러 있었다. 일부 일본인은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문화 등 전체적으로 한국인을 한 수 아래로 본다고 해야 하나. 특히 타크 회사에서 연출을 맡았을 때 일본인 사이에서 반대가 극심했다. 편견을 극복하고자 일본인보다 두 배 이상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이후 한국 역시 일본 못지 않게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2005년도에 귀국했다. 곧바로 홍익대 영상대학원에 진학해 애니메이션의 3D 요소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다."

-전국 아이들을 열광케 한 '터닝메카드', 감독님이 생각하는 차별성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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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아이들을 열광하게 한 순수 국산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의 홍헌표 감독이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만화의 인기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승호기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동차, 변신 로봇, 카드 등 다양한 요소들을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융합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변신 로봇 애니메이션이나 카드 소재 만화는 기존에 있었지만, 이 소재들을 융합한 것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또 터닝메카드에 등장하는 인물들 성격을 옛날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다. 과거 만화의 등장인물은 선과 악이 뚜렷한 전형적, 평면적인 인물이었지만 터닝메카드에 등장하는 인물은 다르다. 악역도 쿨하거나 귀여운 매력이 있다. 또 선역, 악역 모두 자신만의 신념과 소신을 갖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의 성격 또한 터닝메카드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을 보면, 그래픽 효과 등 디테일이 훌륭하다. 어떻게 제작했나.

"터닝메카드는 2D그래픽을 기반으로 자동차와 특수효과를 3D그래픽으로 제작해 합성한 작품이다. 2D와 3D를 잘못 합성하면 위화감이 커지는 등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우선 수작업으로 종이에 2D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뒤, 3D 그래픽 효과 부분을 따로 제작해 덧씌우는 방법을 택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작품에서 극적인 효과를 살릴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을 보면 자동차가 로봇을 변신할 때 빛으로 된 길을 통과하는 부분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가까운 곳에서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는 부분을 찾았다. 지금 일하는 서울 구로디지털 단지가 비행기가 많이 지나다닌다. 그 점을 착안해 터닝메카드 배경 역시 비행기가 많이 나온다. 작품에서 남구로초교 역시 인근 구로남초교에서 착안했다."

-감독이 생각하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 주소를 말해달라.

"한국 애니메이션은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3D 애니메이션 분야이지 2D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어렵다. 특히 애니메이션 제작을 꿈꾸는 젊은 학생들을 봐도 2D 애니메이션을 지망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유는 감독이 되기 전까지 생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3D 애니메이션 전공은 광고나 게임회사 등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많다. 2D 애니메이션 전공자는 갈 곳이 없다. 현실은 애니메이션 강국이라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20년 동안 2D 애니메이션 제작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2D 애니메이션 작품 1화를 만드는데 받는 돈은 700만엔(약 7천만원)이지만,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최소 80명이 달라붙어야 한다. 사실상 남는 것이 없다. 일본도 위기인데 한국 역시 이대로 가다가는 2D 애니메이션의 계보가 아예 사라질 수 있다."

-어떠한 방법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르네상스를 불러올 수 있나.

"애니메이션을 상위문화로 바라보는 시각이 제일 중요하다. 애니메이션은 제작된 이후 드라마나 영화, 게임, 상품 제작 등 다양한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상위문화다. 최근 인기인 웹툰 중 '미생'이나 '치즈 인 더 트랩'처럼 언제든 드라마 등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은 애니메이션 등 만화는 '마이너리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드라마와 영화 제작에는 열광하지만,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다소 시큰둥한 게 현실이다. 또 정부의 지원이 단순한 금전적 지원보다는 훌륭한 인적 자원 양성 등 인프라 확충으로 달라졌으면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젊고 의지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를 이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고 또 만들고 싶다. 더 나아가 2D 애니메이션 업계가 발전하고 많은 제작자들이 꿈을 키워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여서 오는 5월 '터닝메카드 2기'가 선보일 예정이다. 환경파괴의 심각성 메시지를 담은 재밌는 작품이니 많은 기대를 해달라. 새로운 캐릭터와 다양한 성격을 지닌 메카니멀도 등장한다. 반전도 있으니, 다시 한번 기대해도 좋다."

터닝메카드 감독 인터뷰6
전국 아이들을 열광하게 한 순수 국산 애니메이션 '터닝메카드'의 홍헌표 감독이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만화의 인기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승호기자

■홍헌표 감독은?

1968년 경기도 광주시 출생
1997년 코오롱 매트라이프 입사
1999년 도쿄 커뮤니케이션 아트 입학
2000년 애니 제작사 타크 입사
2006년 홍익대 영상대학원 입학
2015년 애니 터닝메카드 첫 방영
2016년 애니 터닝메카드 2기 방송 예정


글/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 · 사진/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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