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틈 사이 예술이 스며들다
실내에서 야외공간으로 확장 ‘관객 사유’
강수빈 등 작가 6명 참여… 내달 20일까지

“모든 위대한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
니체의 말처럼 예술과 함께 ‘걷는’ 여정을 담아낸 전시가 열렸다.
화성 소다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 ‘Question and Art: 걷는 인간, 질문하는 예술’이다. 전시는 미술관 실내에서 야외 공간으로 이어진다.
관람객들은 작가들이 마련한 공간을 거닐며 걷고, 멈추고, 묻고,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소다미술관 관계자는 기획 의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가장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행위인 산책과 예술을 결합했습니다. 외부 세계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사유할 수 있는 작품을 그려내는 작가들과 함께했어요. 고민하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관람객들이 본인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여 작가 6명은 삶을 지탱하는 주요한 가치를 형상화한다. 시간, 의지, 인식, 공생 등 각 시퀀스를 구성하는 가치는 전시 공간 초입에 자리한 팻말 속 질문을 통해 드러난다.
여러 작품 중에서도 올해 첫선을 보인 야외 전시 작품이 눈길을 끈다. 나지막한 언덕길 끝에서 마주한 강수빈 작가의 ‘이미지의 기원’은 분절된 거울을 다층적으로 쌓아올렸다. 강 작가는 ‘거울’이란 도구를 통해 바라보는 장면은 관객의 위치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매체를 통해 바라본 현실의 한계를 시각화했다.
미술관 인근에서 살아가는 동물에게 작은 피난처가 된 이대길 작가의 작품 ‘성소 연작 1- 돌의 오아시스’에도 발길이 머문다. 생태주의 정원사로 불리는 이 작가는 작은 곤충이나 새, 고양이 등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이 작품은 전시가 끝난 후에도 생물의 서식처로 남는다는 점에서 공존과 배려라는 메시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건축가 원애프터 작가의 ‘틈막: 자연과 사람 사이’는 ‘머무름’이란 감각을 형상화한 공간이다. 땅과 지붕만으로 이뤄진 원초적인 파빌리온은 외부의 자연 환경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PVC 패널로 둘러싸인 내부 공간에 머물며 조용히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다보면 전시에 대한 잔잔한 여운이 남는다.
이밖에도 죽음과 삶의 경계를 성찰한 류예준 작가의 ‘Big Mori’, 거대한 원형의 뜨개 작품을 통해 시간의 다양한 가능성을 조명한 조소희 작가의 ‘…where…’, 때로 지친 삶을 이어가는 버팀목이 되는 의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낸 윤주희 작가의 ‘의지의 의지의 의지’와 ‘뭘 굳이’ 등을 만날 수 있다.
네이버에서 사전 예약 후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7월20일까지.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