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 쓰레기로 ‘몸살’
당초 176t 수거계획 무게 초과돼
해양환경公, 쓰레기 규모 재조사
인천항 항로 인근서 발견 ‘당혹’
“퇴적물 내 양 가늠하기 어려워”

인천 앞바다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화물선이 다니는 길인 인천항 항로 인근 해역에서 쓰레기 수거 작업 도중 흔히 발견되지 않는 대형 원목 등이 해저에서 다량으로 나와 업계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인 해양환경공단은 ‘인천 남항, 물치도 주변’ 등 해역에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던 중 지난 4월 바다 밑바닥에서 원인 불명의 대형 원목들이 발견된 것으로 4일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당초 해양환경공단은 4월 초부터 시작해 이달 말까지 이 일대 해역에서 해양 쓰레기 176t을 건져낼 계획이었다. 해역의 특성상 전문 장비 등을 갖춘 정화업체와 계약을 맺고 해양 쓰레기를 수거 중이었다.
해양환경공단과 정화업체는 작업 기간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계획한 전체 수거량(176t)에 육박하는 쓰레기가 나오자, 지난달 초 재조사에 들어갔다. 해저 해양쓰레기 규모를 추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조사가 진행된 지난달 8일 바다 밑바닥 진흙에서 4.6t에 달하는 원목이 수거됐다. 해양환경공단은 이 원목들이 더 묻혀있을 것으로 결론 내고 당초 계획 대비 3배 수준인 500t을 수거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선박이 오가는 항로 주변에서는 정화업체가 바다로 쓰레기 인양틀을 내린 뒤 이를 건져 올리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민간 차원에서 진행하는 해안가 쓰레기 정화 활동과는 달리 전문성을 요한다. 인천항 주변 해저에서 원목 등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원목은 수십년간 바닷속에 버려져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작업을 진행한 해역은 인천항 내항과 가까운 해역인데, 내항에서는 원목 등 화물을 취급하다 2013년부터 이를 중단했다. 인천항 업계는 오래 전 선박에서 원목들이 유실 또는 투기됐다가 지금에야 발견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은 2년 전인 2023년에도 해양 쓰리게 수거 작업을 벌였다. 당시 125t의 쓰레기를 건져 올렸다. 해양환경공단은 올해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분량의 쓰레기가 나온 데다가 대형 원목 등이 대거 발견되면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해양환경공단은 ‘인천 남항 물치도 주변 해역’ 외에 ‘인천대교 주변 해역’에 대해서도 정화 작업을 진행 중인데, 마찬가지로 예상보다 많은 쓰레기가 수거되고 있다.
해양환경공단 관계자는 “과거 인천항을 오가던 선박에서 나온 원목이 해저에 묻혀 있다가 쓰레기 인양틀에 걸리면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표층(바닥면) 아래 있는 퇴적물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묻혀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해양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천항 항로 주변 해역 등을 대상으로 쓰레기 규모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정구 기후생명정책연구원 대표는 “연안이나 해변 등에 떠밀려오는 해양 쓰레기 정화 활동은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항로 주변 해역은 그렇게 하기 어렵고 지금까지 쓰레기 규모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런 쓰레기가 해양 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중장기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정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