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홍만표의 불법과 강봉수의 감동

김민배

발행일 2016-05-3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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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검사장 '거액 수임료·탈세'
강 전법원장의 '73세 박사학위'
많은 사람들 퇴직후 삶 걱정과
인생 마무리에 대해서도 고민
강 박사의 도전과 성취는
돈·권력보다 더 중요함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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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만표와 강봉수. 같은 시기, 뉴스에 등장한 인물이다. 홍만표 전 검사장. 특별한 수식어가 필요치 않다. 다만 100억대 수임료로 문제가 된 최유정 전 부장판사와 함께 '유전무죄와 전관예우' 라는 사법부와 검찰의 오랜 부패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있다. 전직 검사장의 소환을 놓고, '검찰의 추락'이라고들 한다.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식대박 문제에 이어 홍 전 검사장의 거액 수임료와 탈세가 일파만파이기 때문이다. 홍 전 검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에 직접 관여했던 터라 국민들이 보는 시선이 더 싸늘하다.

그러나 강봉수 전 법원장에 대해서는 낯선 이들이 많다. 한때 인천지방법원장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 그가 최근 뉴스에 등장한 것은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실 때문이다. 그것도 73세의 나이에. 미국에 건너간 지 7년 만에 딴 학위다. 그는 본래 물리학자가 되고자 했으나 부친의 권유로 법대에 진학하여 법관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법조인이나 법대생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법고을 LX'의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수억 원대 연봉을 마다하고', 퇴임 후 로펌에서 근무하다가 66세에 토플과 GRE를 보고 유학의 길에 올랐다. 그의 육성 인터뷰를 보면서 생각했다. 참으로 대단한 분이구나. 감동이 몰려왔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분들 가운데 퇴임 이후 행태가 실망스러웠던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인들이 퇴직 후 홍 전 검사장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은 아니다. 동아대의 조무제 전 대법관이나 인하대의 박시환 전 대법관은 후학양성의 길을 선택했다. 대형 로펌에 비하면 형편없는 월급이다. 비서도, 차량제공도 없다. 그렇기 때문일까. 전 대법관의 대학교수 생활에 대해 궁금해한다.

전 대법관이라고 해서 평교수와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강의를 위해 매일 준비한다. 로스쿨 학생들의 답안지를 강평하고, 첨삭지도를 한다. 학생들의 고민도 상담하고, 교수회의에도 참석한다. 몇 달을 꼬박 쓴 논문보다 마지막 영문요약이 더 어렵다는 말에 파안대소한다. 구내식당에서 4천 원짜리 점심을 하고 나면, 함께 교내를 산보한다. 커피 한잔을 놓고, 가끔은 세상사도 함께 섞어 마신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전직 대법관에 대한 대형 로펌에서의 예우와는 거리가 먼 생활이다. 단조로운 일상은 강 전 법원장에게도 찾을 수 있다. 도미 후 7년 동안 한국에 온 적이 없다. 집과 강의실 그리고 도서관을 오가는 생활. 공부에 리듬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성취를 '전자파(Microwave)'에 관한 물리학박사 학위로 세상에 내놓았다.

그런데도 강 전 법원장보다 더 높다는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마치고도 다시 여의도에 어슬렁거리는 법조인들이 있다. 볼썽사납다. 그렇게 돈과 권력을 탐하고자 했으면 명예와 존경을 포기했어야 한다. 로스쿨 학생들에게 말했다. 만약 전직 검사장이나 검찰총장 중에 한 분이라도 전담 국선변호사를 자원하여, 무료 변론에 여생을 보냈다면 지금 검찰을 보는 시선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거듭되는 일부 검찰과 법관들의 부패문제는 권부에 있었던 자들의 삶의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적어도 남의 불행을 악용하여 불법적 축재에 나서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발행된 '부산법조'에서 변영철 변호사의 'DNA와 진화론에 대하여'와 김영수 변호사의 '별 반짝이는 밤 -공간의 세계-'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전혀 다른 학문분야에 변호사들이 이렇게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관심 분야를 연구하면서 세상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퇴직 후 삶의 방식에 대해 걱정한다.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가도 고민한다. 강봉수 박사의 도전과 성취는 돈과 권력보다 인생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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