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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신공] 선생님이 들려주는 우리고장 역사/ 약천 남구만

원칙 어긋난 상관의 인사 철회시킨 소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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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만 초상화. /대지중 제공

이조 전랑때 이판의 임명 부당함 바로 잡아
정치 은퇴뒤 지은 관료 풍자 시조 교과서에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지저귄다. 소칠 아이는 여태 아니 일어났느냐. 고개 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

이 시조는 시조창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가사이고,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시조입니다. 시조를 쓴 사람은 약천 남구만으로 조선 시대 정치가입니다. 그가 정치를 그만두고 용인 지역의 농촌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면서 쓴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농촌의 아침을 여유 있게 표현해 운치와 멋을 살린 작품 중 하나로,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나타나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당시 왕이었던 숙종 때 관료들이 백성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 않음을 풍자한 내용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시조가 당시 정치적 상황을 풍자적으로 비유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남구만이 중앙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정치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남구만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붕당정치가 심해지던 시기에 붕당 정치의 한 파벌이었던 소론을 이끌었던 영수로 다른 붕당과의 정쟁을 이끌었던 인물입니다.

1629년 외가인 충주에서 태어난 남구만은 28세에 문과에 급제한 이후 젊은 관료 중에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만큼 실력과 능력은 물론 불의에 뜻을 굽히지 않는 소신이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남구만이 이조 전랑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이조 전랑이란 조선의 6조였던 이·호·예·병·형·공조 중 관리들의 인사권을 갖고 있던 곳으로 이조의 낮은 관직입니다. 그러나 자리는 낮지만, 중요한 관직이어서 청렴하고 똑똑한 사람만 앉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이조 판서(지금의 장관)가 장선징이라는 사람을 사헌부에 임명하려 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남구만은 "당하관(비교적 낮은 관직)을 청요직(청렴하고 도덕적인 관직)에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은 낭관(전랑)에 있는데 저에게 묻지 않고 곧바로 거명하는 것은 제도에 어긋나는 것입니다"고 항의했습니다.

이조 판서는 전랑에 비하면 높은 관직이고 심지어 자신의 직속상관임에도 장선징의 임명이 부당함을 주장해 결국은 철회를 시킨 것입니다.

남구만의 소신 있는 행동은 그의 스승인 송준길과 고모부인 오달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오달제는 청나라가 침략해온 병자호란 때 끝까지 오랑캐가 세운 나라인 청나라와 싸울 것을 주장하다가 청에 잡혀가 비참한 최후를 마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남구만은 59세에 국가 최고의 관직인 영의정에 올라 국정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기사환국(1689)으로 희빈장씨(장희빈)을 지지하던 남인 정권이 수립되면서 유배를 갔다가 남인이 쫓겨났던 갑술환국에 의해 영의정에 복직됐습니다.

이때 그는 남인들에 대해 처벌 수준을 놓고 온건론을 주장하던 소론의 우두머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때 희빈장씨가 강경파인 노론에 의해 사약을 받고 죽게 되자 정치에 미련을 버리고 용인지역으로 내려와 살게 됐던 것입니다. 위의 시조도 바로 이때 쓴 것입니다.

남구만의 묘는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초부리 산1-5에 위치하고, 그를 기리는 사당은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갈담리에 있습니다.

/우장문 대지중 수석교사

※위 우리고장 역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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