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목적 대입준비 비정상적 현상
선거때 학생 천여명 대화 공감대
대체 프로그램으로 선택권 제공
급진적 폐지 탈피 '혼란 최소화'
9시등교등 우려점 현실화 안돼
미래지향적인 관점서 바라봐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31일 경기언론인클럽 주최로 열린 초청 토론회에서 야간자율학습(이하 야자)으로부터 학생들을 해방시키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월 이 교육감은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도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야자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계에서 야자폐지에 대한 찬반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 교육감은 "야자는 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학교 간, 개인 간 과열 경쟁이 낳은 결과"라며 야자가 생겨난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자녀를 우수한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의 욕구와 대학 진학률을 높이려는 학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학생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방과 후에도 교실에 남아 맹목적으로 대입 준비를 위한 공부만 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야자 폐지, 학생들 행복도 높일 것"
이 교육감은 "지난 2014년 교육감 후보 당시부터 다양한 통로를 통해 야자폐지 등에 대한 학생들의 염원을 읽어 왔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이 야자폐지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게 된 계기는 후보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 교육감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학생 100여 명이 토론회를 열고 9시 등교, 상·벌점제폐지, 야자폐지 등을 선거 공약에 반영해 달라는 정책 제안을 했다"며 "당선 이후 도내 31개 시·군에서 거주하는 학생 대표 1천여 명이 참여한 대토론회에서도 야자폐지 등에 대해 비슷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취임 2년 만에야 야자폐지를 선언한 것에 대해 이 교육감은 "급진적으로 야자를 없애기보다는 야자를 폐지할 경우 발생할 부작용이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야자를 대체할 수 있는 교육활동이나 프로그램을 고민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생 10명 중 2명꼴로 야자에 참여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야자폐지에 따른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과 우려를 잠재우는 게 이 교육감의 현실적인 과제였다.
실제 도교육청이 파악한 도내 고교 야간자율학습 참여율(주 4∼5일 참여)은 고등학교 1학년 19.3%, 2학년 17.9%, 3학년 23.8%로, 3학년 학생들의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육감은 "경기도를 제외한 다른 시·도들은 야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야자를 폐지할 경우 경기지역만 손해라고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야자를 하지 않거나 야자를 하더라도 자신의 꿈과 진로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놓친 학생들에게 야자보다 더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야자 여부는 학교장 재량이지만 미래지향적 관점 필요"
야자를 희망하는 학교나 학생의 요구에 대해 이 교육감은 "도내 초·중·고교에 9시 등교가 도입된 이후에도 현재 학교 38곳이 기존의 등교시간을 고수하고 있지만, 학교장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주 5일제와 9시 등교 등이 도입될 당시에도 찬반 의견이 엇갈렸지만, 결론적으로 우려했던 문제들이 현실화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최근 '야자폐지 전담팀'인 고교교육 정상화 팀을 신설해 내년 3월부터 운영을 목표로 8만명가량의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규모의 예비대학(가칭)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인 예비대학은 대학과 연계해 진로탐색과 기초학문 등 기존 학교 수업과는 다른 방식의 교육강좌를 개설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육감은 "도시와 농촌이 복합된 데다 전체 학생 수의 4분의 1에 달하는 청소년이 자라나고 있는 경기교육이 변화하면 대한민국이 변화한다"며 "지금의 수업방식, 학생과 교사의 역할 등에 정체되기보다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으로 교육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현·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