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느냐고 한마디 던져 놓고
천길 벼랑을 기어오른다
오르면 오를수록 높아지는
아스라한 절벽
그 끝에 너의 응답이
숨어 핀다는 꽃,
-신달자 '헌화가' 中-
'100여 년 된 한국 시(詩)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
'2016 한국시인협회 정기가을세미나 겸 수원 전국시인대회(이하 시인축제)'가 26, 27일 양일간 전국 각지에서 새하얀 눈발을 뚫고 올라온 시인들의 아름다운 시 향연 속에서 펼쳐졌다.
(사)한국시인협회(회장·최동호)와 경인일보사(대표이사 사장·송광석)가 공동으로 진행한 전국시인대회는 지난 26일 오전 11시30분 수원 선경도서관에서 최동호 협회장과 김동근 수원부시장, 황동규·오세영·신달자·박무웅·이규리 등 150여명의 시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막됐다.
시인들은 이어 시인의 마을로 재조명받고 있는 수원 화성행궁 남창동 시인학교 인근 공방거리로 이동, '거리 시화전' 테이프 커팅식을 가졌다. 시인들과 시민들은 유명 시인들의 시와 그림이 담긴 시화 만장으로 꾸며진 남창동 공방거리를 거닐며 작품들을 감상했다. 또 화성행궁을 둘러보며 정조의 효심과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살펴봤다.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기념해 마련된 이번 '시인(詩人) 축제'는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시의 축제'로 진행 돼 격조 높은 문화체험을 갈구하는 수원 시민들의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미래 세대에게는 예술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한국시인협회는 이날 오후 4시에는 경인일보 사옥인 밸류호텔 하이엔드 대회의장에서 '한국 시(詩)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정기가을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문현미 시인이 좌장을 맡은 세미나에서는 손종호 시인이 신경림 시인이 쓴 '한국 시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란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대독했다.
신경림 시인은 이날 한국 시의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본 뒤 새롭게 써 나아갈 새로운 방향에 대해 논구했다. 이어 황동규 시인이 '삶의 시를 향하여'를, 오세영 시인이 '한국의 근·현대 시와 정치', 이숭원 평론가가 '한국 근대 시의 성격과 한국 시의 정체성'에 관해 강연했다.
강연마다 유성호(한양대)·김병호(협성대)·김종훈(상명대) 등 3명의 평론가가 나서 한국 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인들이 참여한 두차례의 '시 낭송 콘서트'도 눈길을 끌었다. 행사 첫날인 26일 오후 7시30분 밸류호텔 하이엔드 대회의장에서 유자효 시인의 사회로 이근배·신달자 외 20여명이 시 낭송을 했다. 이날 신재창 시 노래 가수와 듀엣 '트루베르'는 한국 시에 곡을 붙인 창작품으로 축하공연을 펼쳐 박수 갈채를 받았다.
행사 둘째날인 27일 오전 10시 선경도서관 강당에서도 이현승 시인의 진행으로 유안진·허영자 등 20여명의 시인이 시 낭송을 한 뒤 양일간의 '시인 축제'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국시인협회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시인들 및 회원시인들이 경기도와 수원시를 주제로 한 창작시를 모아 '경기도, 수원시 시로 물들다(가제)'를 출판할 계획이다.
시인협회 관계자는 "2016년 수원 방문의 해를 기념, 인문학 도시인 수원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전국시인대회를 개최하게 돼 참으로 보람이 크다"며 "한국 시의 미래를 논의한 소중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2016 한국시인협회 정기가을세미나 및 수원 전국시인대회는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이 공동 후원했다.
/전상천기자 juns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