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한순간 해변 |
검은 얼굴의 아이가 있어
조류를 타고 해변까지 밀려온 대륙의 아이가 있어
뿔뿔이 흘러가는 하늘에 흰 수리는 원을 그리며 비행하고 있어
거듭 얼굴이 풀어져
뭍으로 오르려는 눈꺼풀이 흩어져
반복의 역사는 번복되는 아이들로 가득해
창창한 것은 꿈의 세계야 검은 눈물로 적셔지는 땅도 있어
우리에게 바다는 수평선 너머에도 있지만
아이에겐 수평선 너머의 바다엔 해변이 없어
불시에 버리고 온 대륙처럼
감은 눈 속에서 모래 언덕이 푹푹 꺼지고 있어
반신반의 하는 얼굴이 있어
간절함은 체험이 아니야 찢기는 세계에 발을 담그면 붉은빛의 인내가 필요해
국경을 물고 가는 새야
하늘을 균일하게 나누면 새들로부터 망명한 낙원이 있을까
한참을 뛰어가도 숨이 차지 않는 해변이 있어
검은 얼굴의 아이가 부르던 난민의 노래가 밀려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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