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학년 정문 앞 술집 출입 금지등
'신입생 행동 통제 강령' 만들어
학생회, 논란일자 '소통' 성명서
학교측, 수년 된 악습 파악 못해
경기대학교 스포츠과학부(체육대학) 재학생들이 '신입생 행동 통제 강령'을 만들어 18학번 신입생에게 학내 갑질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일명 '똥군기' 문화가 수년 간 지속돼 왔지만, 학교 측에서는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경기대 휴먼인재융합대학 스포츠과학부 소속 18학번 신입생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새내기 배움터를 시작으로 학부 내 '행동 통제 강령'이 시행되고 있다.
강령에는 선배와 대화 시 군인처럼 '다, 나, 까' 사용하기, 술 따를 때·받을 때마다 학번 이름 말하기(관등성명), 슬리퍼 착용 금지 등이 담겨 있다.
선배들이 자주 이용해 마주칠 수 있다며 '1학년 정문 앞 술집 출입 금지' 등의 행동 수칙도 포함됐다.
지난해 학내 갑질 논란이 일면서 그나마 '밝은 색 염색 금지', '동아리 시간 화장 금지', '이어폰과 후드모자 금지' 등 몇몇 조항은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입생 A(20)군은 "체대 특성상 운동이라는 명목하에 악습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지난 2월 25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새내기 배움터에서 추운 날씨였음에도 새벽부터 반팔 옷을 입고 3㎞ 구보를 뛰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집합 문화'에 대한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신입생 B(19)양은 "학부 내 7개의 동아리가 있는데 선배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한 뒤 조직적으로 신입생 관리를 하고 있다"며 "지난 3월 학부 내 배구동아리 신입생을 집합시켜 눈을 감고 선배의 이야기를 듣도록 했다. 갇힌 공간에서 암묵적인 위협을 가하는 행위였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갑질 문화는 최근 SNS를 통해 외부에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학부 학생회는 성명서를 통해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대 관계자는 '학교측이 방임한 것 아니냐'는 논란과 관련, "그동안 문제를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방임은 아니었다"며 "구타 등의 큰 문제는 아니지만, 학교 차원에서 학부 소속 교수와 함께 제대로 지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연신기자 jul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