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미흡하나 사연이 있는 돈으로 행복을

조승헌

발행일 2018-07-19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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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오던 경제정책이나
접근방식 사용 연한 다 된걸까
경제문제 돈 만으로 해결 힘든상황
이제는 쉽게 만족 못하는 한국사회
사람의 마음 얻고 행복 일궈야 할때


경제전망대 조승헌2
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한반도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단군 조선, 고구려 광개토대왕 시절, 조선 영조 시절 등등이 언급되겠다. 질문이 애매하여 답변도 다양할 수 있다. 만약 사상가 루소라면 어떤 답을 했을까? 그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소유와 문명이 시작되기 이전 자연상태의 '미개인'이 가장 행복한 인류라고 했다. 그 시절은 일, 언어, 집, 전쟁, 교류, 교육, 진보도 없었고 발명도 전수 되지 않은 채 세월이 흘러갔다. 각각의 세대는 언제나 같은 지점에서 출발했으며, 인류라는 종은 이미 늙었는데도 인간은 여전히 어린아이로 머물러 있었다. 그러니, 원시 자연상태에서 불평등은 거의 없거나 불평등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유, 우월, 질투가 생기면서 불평등이 생겨나고 이후 문명의 발전은 불평등을 숙명적으로 배태하게 된다. 루소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단군 조선보다 훨씬 이전으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쯤'이라 할만하다.

이제 질문을 좁혀 한반도의 역사적 기록이 제법 존재하는 삼국시대 이후 행복했던 시기는 언제일까? 세종대왕 시절이라는 답변이 제법 있다. 불행했던 시대로는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 한국전쟁이 거론된다. 전쟁이나 자연재해가 없어 생존에 위협이 없고, 올곧은 정치와 믿음과 배려가 있는 사회에서 먹고 자는 걱정을 하지 않는 게 행복사회의 요건이라는 데 대다수가 수긍한다. 2018년 7월 한반도는 세종대왕 시절보다, 통일신라 시대보다, 새천년이 시작되기 이전인 20세기 마지막 시기보다 더 행복한가? 일단,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으로 전쟁의 위협이 줄어들 듯하고, 최근 압도적 선거결과와 정치지도자에 대한 지지수준을 '괜찮은 정치가 되고 있다'라고 해석해 보자. 그런데도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결국 경제문제 때문인가?

행복을 역사적으로 들여다볼 때마다 반복되는 화두가 있다. 행복한 시대에 불행한 사람, 불행한 시대에 행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기득권이나 경쟁력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조건이 나빠도 행복 잠재력이 크다. 이들은 자기 혼자 행복을 추구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1990년대 외환위기시대의 질곡을 '이대로'를 외치며 상대적 우월감을 만끽했던 일부 부자들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이 시기 커다란 희생은 구조조정을 당한 30% 계층이다. 이들을 '자르면서' 70%는 '우리가 잘 되어 대한민국이 살아나면 함께' 하겠다고 했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굳이 밝힐 필요가 없겠다. 대한민국 신뢰의 속이 적나라하게 파헤쳐진 학습효과는 지금까지 우리가 곳곳에서 다양하게 확인하고 있다.

탄핵과 선거결과는 한국 사회의 정치와 사회를 친행복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다. 국민은 이제 정치적 지지에 대한 구체적 반대급부를 경제로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적 만족감은 실생활에서 체감되고, 개별적이며 남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해야 한다는 복합적 조건이 필요하다. 2018년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은 3%를 넘지 못할 듯하다. 하지만 대기업과 경쟁력 있는 계층의 소득증가율은 두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의 경제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정보, 데이터, 생산성 향상, 기술혁신 등등을 꼽을 수 있겠으나 우리가 이런 것들을 개선하기 위하여 그동안 노력을 해 오지 않았단 말인가. 여전히 미흡하다면 원인은 우리의 지적 수준이나 기술 역량이 그 수준이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까지 해오던 경제정책이나 경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이제 사용연한이 다 된 것이 아닐까. 최저임금, 비정규직, 미중 무역전쟁을 경제적 이해관계로 풀라치면 가능성은 아득하다.

국민에게 더 많은 돈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현실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그런 돈은 욕망과 기대를 또 높여 행복 효과는 단기간으로 끝난다. 한국 사회는 이제 그냥 돈이 아닌, 미흡하나 사연이 있는 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고 세상의 행복을 일구어야 할 때다. 지식을 넘어 지혜를, 가격을 딛고 가치로 향해야 한다. 그런 역할에 경제전문가가 적임자일까?

/조승헌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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