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고령친화사회로 가는 길

김수동

발행일 2018-08-0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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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노년 세대가 새로운 문화 조성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
외로움이나 소외감 느끼지 않고
청장년들과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우정’ 공동체 만들어가야

 

수요광장 김수동2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얼마 전 점심시간에 사무실 가까이에 있는 추어탕 집을 찾았다. 가끔씩 가던 곳이라 익숙한데, 뭔가 조금 변한 것 같다. 식탁이 바뀌었다. 바닥에 앉아서 먹는 좌식테이블에서 의자에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높은 식탁으로 바뀐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인근에 있는 막국수 집도 최근에 입식 테이블로 교체를 했다. 이제 좌식테이블 식당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식당 테이블의 변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한다.

고령사회란 사회구성원의 다수가 노인인 시대를 의미한다. 고령화는 압축적인 도시화와 함께 진행되었다.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고 편리를 추구하는 도시의 주인은 늘 청장년이다. 과거의 노인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고 인구 또한 많지 않았다. 노인 돌봄의 책임은 온전히 가족의 몫이었다. 도시화와 함께 전통적 대가족 체제 또한 급속히 해체 되었지만 여전히 노인은 집이 아니면 경로당, 복지관, 복지시설 또는 노인 특구라 불리는 탑골공원에서 종묘공원에 이르는 종로거리와 황학동같이 그들만의 공간으로 활동영역이 제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의 경우 일상에서 노인을 마주할 기회는 별로 없다.

그러나 지금의 노인은 과거의 노인과 다르다. 노인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니다. 길어진 수명과 생활여건의 개선으로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는 다수의 노인을 과거와 같이 여전히 잉여로 취급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엄청난 노인 인구를 가족이 부양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며, 우리 사회가 시설복지로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노인들이 그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살던 곳(Aging in place)에서 지역사회의 주체(Aging in community)로 활기차게(Active aging) 다양한 세대와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사는 도시를 고령친화적으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서두에서 이야기 한 식당의 사례가 자율적인 변화라면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고령친화상점 118곳을 선정하였다.

고령친화상점은 먼저 문턱을 낮추고 메뉴판 글씨 크기를 키워 노인이 이용하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돋보기, 지팡이 거치대 등 어르신을 위한 물품과 잠시 쉬거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작은 의자나 공간을 마련한다. 매장 내 위험한 장애물은 없애고, 위험 사항은 눈에 띄게 표시한다. 직원들은 노인 고객과 대화할 때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도록 노력한다. 이처럼 상점 시설을 개선하고 노인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확산해 지역 경제도 함께 살린다는 것이 서울시 계획이다. 고령친화상점을 넘어 고령친화 마을을 만들고 도시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의미 있고 좋은 정책에 대해 점주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속사정을 들어보니 노인의 경우 까다로운 손님도 많고 영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가게에 노인 고객들이 많아지면 젊은 손님들이 떠난다는 것이다. 점주들로서는 '고령친화'라는 말이 달가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혁신의 과제 하나하나가 모두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중 제일 어려운 영역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바로 고령화 문제와 세대통합을 꼽는다. 수많은 시도가 있었고 여전히 논의되고 있지만 성공의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이 문제에 있어 '당사자의 소외'와 '노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고령친화 사회로 가는 길은 누가 열어주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장노년 세대가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써 새로운 노년문화를 만들어 갈 때 열릴 것이다. 고령친화 사회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너머에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노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청장년과 조화롭게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우정'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번 여름 더위 참 대단하다. 더위에 지친 어머니 모시고 오늘 저녁은 추어탕 한 그릇 먹으러 가야겠다. 그 집에.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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