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려주는 인천이야기·29]제2의 공장 '창고' (상)

보관 넘어 첨단기능 집적화 '원스톱 물류 거점'

정운 기자

발행일 2018-08-09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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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찾은 인천 중구에 위치한 화인통상 물류창고. 21m 높이의 각 선반에는 인천항을 통해 수입한 각종 화물이 층층이 쌓여 있다. 화인통상이 처리하는 물품의 종류는 가구, 화장품, 생활용품, 식품 등 7천여 종에 이른다. 포장, 라벨링, 운송 등의 작업 일체가 이곳에서 진행된다.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글로벌 브랜드 수천여 물품 처리
통관·포장 등 과정 '실시간 공개'

원자재 수출·입으로 성장한 인천
2000년대 들어 소비재 비중 급증
부족한 부지 '배후단지' 조성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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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구매하는 미국산 오렌지. 이 오렌지가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할까.

미국 농장에서 생산된 오렌지는 미국 항만에서 옮겨진 뒤 배에 실려 국내로 들어온다. 한국의 항만에 도착하면 물류창고로 향한다. 이후 통관, 검역, 포장 등 몇 차례의 과정을 더 거쳐 소비자에게 인도된다.

애초에 오렌지 주인은 '어떤 방법의 물류가 가장 효율적일까' 고민하게 된다. 어떤 항만을 이용하고, 어디에 위치한 물류창고에 오렌지를 보관할지 선택해야 한다.

필요한 양의 물품을 적은 비용을 들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내는 것이 물류(物流)의 핵심이다. 신속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절차를 간소화해야 하고, 물품의 이동 거리를 줄여야 한다.

국가 간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물류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창고'는 물류에서 빠질 수 없는 한 축을 담당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과거에 창고는 단순히 물품을 보관하는 기능이 전부였으나, 영역이 확대되면서 '제2의 공장' '미래의 공장'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인천 중구 아암물류1단지에 위치한 물류기업 화인통상. 넓이 1만5천㎡, 높이 21m 규모의 화인통상 물류창고는 층층 선반마다 빈 공간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화장품, 식품, 의류 등 종류도 다양했다. 창고 한편에서는 직원들이 며칠 뒤 홈쇼핑을 통해 판매될 주방용품을 포장하고 있었다.

그릇과 접시 등 각각 품목별로 수백 개가 한 묶음으로 운송돼 온 것을 해체한 뒤 소비자에게 배송될 형태로 포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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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통상 직원들이 생활용품 포장 업무를 하는 모습.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화인통상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3PL 기업이다. '3자 물류'라고도 불리는 3PL은 제품 생산을 제외한 물류 전반을 특정 업체에 맡겨 처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화인통상에서 처리하는 물품은 대부분 소비재이며, 물품 종류는 7천여 가지에 이른다.

가구 브랜드 '이케아', 의류 브랜드 '자라', 창고형 마트 '코스트코' 등 다수 글로벌 브랜드가 화인통상에 물품의 보관·통관·라벨링·국내운송 부문 등을 맡기고 있다.

화인통상은 외국의 화주가 생산품을 맡기면 통관 등을 포함해 국내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는 '완성품'이 되기까지 일체의 역할을 한다.

화인통상은 화장품과 식품 등에 대한 성분 분석표 등을 작성하기 위해 화학 전공자 등을 채용하기도 했다. 이들은 각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 국내 제도에 맞게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화인통상은 상품의 처리 과정을 화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화물의 현재 위치, 동선, 처리 과정 등을 화주들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신뢰도를 높이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화인통상과 같은 물류창고가 인천에 있는 것은 인천항이라는 인프라 때문이다. 전 세계 교역량의 95% 이상이 바다를 통해 이뤄진다.

국내에 들어오는 화물 대부분은 인천항과 부산항 등 항만을 통해 수입된다. 항만 인근에 대규모 물류창고가 들어선 이유다.

항만에서 물품 보관·처리 과정을 거친 뒤 각 지역으로 운송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인천항은 1883년 개항 이후 국내 대표 무역항 역할을 했다.

1960~1970년대에는 국내 대표 원자재 수입항 역할을 했으며, 2000년 이후에는 원자재뿐 아니라 다양한 소비재 등이 인천항을 통해 수입되고 있다. 특히 인천항은 중국과 가깝고 소비지인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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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재 대표이사가 물류창고에서 화인통상의 물류처리 시스템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화인통상 최승재 대표이사는 "보관, 통관, 검역, 포장, 라벨링 등이 각각 다른 곳에서 이뤄진다면 화물의 이동 거리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모든 것을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하기 때문에 지금도 국내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는 상품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앞으로 물류창고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인천은 개항 이후 인천항 인근에 창고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인천항을 통해 수출·수입하는 물품을 보관하기 위해서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정부가 국내 쌀을 자국으로 반출하기 위해 창고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수탈이었다. 인천항이 확장하면서 항만 인근의 창고도 늘었다.

1960~1970년대 인천항 인근에는 10여 개의 창고가 밀집해 있었다고 한다. 이들 창고에서는 원당(原糖), 밀가루, 식료품, 원사(原絲), 고철 등을 보관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인 만큼 화물이 모여 있는 창고 인근에선 절도가 기승을 부렸다. 많은 화물이 한곳에 모여 있다 보니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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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아암물류1단지에 위치한 화인통상 물류창고 전경. 아암물류1단지에는 인천항을 기반으로 한 물류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1979년 8월 13일 인천항 화학품 보관 창고에서 큰불이 나 수십억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는 기록이 있다.

경인일보의 전신인 경기신문은 1979년 8월 14일자 1면 기사에서 "13일 밤 11시 55분께 인천 남구 용현동 화공약품 보세창고인 대동창고 소유 D동에서 원인 모를 불이 일어나 안전창고 5동과 인근 창고 1동 등 6동에서 보관 중이던 화공약품이 폭발하고 각종 기기류가 모두 불에 타 30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고 보도했다.

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인천에서 창고업을 하고 있는 국제창고 유태식(64) 대표는 "당시 불이 났던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며 "인천 전체가 연기 때문에 매캐한 냄새가 났다"고 회상했다.

2000년대 들어 인천항을 통해 교역하는 물품은 다양해졌다. 수입품 가운데 소비재의 비중이 커졌다. 특히 중국에서 들어온 상품이 많다고 한다.

유태식 대표는 "1980년대에만 해도 창고는 지금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았고, 보관하는 물품도 대부분 원자재였다"며 "지금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온 소비재가 창고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물의 규모가 커지고 물품이 다양해지면서 창고의 기능도 확대됐다. 하지만 인천항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물류센터 등을 지을 부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이에 인천항만공사는 2015년 개항한 인천 신항과 연계해 대규모 항만 배후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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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릭아트
배후단지가 조성되면 '물류단지 부족 문제 해소' '첨단 물류 서비스 제공' 등으로 인천항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인천항만공사는 기대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 김재덕 물류사업팀장은 "신항 배후단지가 조성되면 더욱 첨단화된 물류시스템이 인천에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연구원 김운수 연구위원은 "옛날 창고는 공장에서 생산한 물품을 쌓아두는 정도의 역할에 그쳤으나, 물류의 중요성이 강화되면서 항만 인근의 물류창고로 여러 기능이 집적화되고 있다"며 "창고는 제품의 기본적인 생산을 제외한 모든 작업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다. 항만 배후단지는 이러한 창고의 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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