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경인지역 첫 폐 이식 성공' 함석진 아주대병원 교수

"하루를 살아도 이식 원하는 환자들, 삶의 질 개선 간절"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8-08-15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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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학교병원 흉부외과 함석진 교수17
경인지역에서 폐이식 수술에 처음으로 성공한 함석진 아주대병원 교수가 "이식이 활성화 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폐와 관련된 질환은 늘어날 예정이어서 폐 이식과 관련된 기초연구를 많이 해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사례 늘어나면 정부 지원 확대, 더 많은 사람에 기회 '선순환'
신뢰 영향 끼치는 초기성적, 수술팀 2년 넘게 치밀하게 준비
팀 워크·병원 차원 지원·윤리적 문제 얽혀… 리더십 강해야
상태 나쁜 장기 활용 세계적인 추세… '기초 의학연구'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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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겠다고 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면도도 못했고…, 머리도 정돈하지 못했는데…." 말끝을 흐리며 그의 시선이 살짝 거울로 향했다.

그러더니 이내 체념한 듯 웃으며 인터뷰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늘 이 모습이니, 이대로 가죠."

아주대병원 함석진 교수와의 인터뷰는 퇴근 시간 무렵에야 겨우 이루어졌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환자를 만났고 입원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함 교수는 폐를 전문으로 하는 흉부외과 의사다. 그는 올해 들어 2차례의 '폐이식' 수술을 성공했다. 폐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국내 병원은 9곳 뿐이다.

하지만 상당수가 서울에 위치한 종합병원이고, 지역에선 시행할 수 있는 곳이 부산대병원 정도였다. 아주대병원에서 함 교수팀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신장, 간은 이식이 낯설지 않지만, 폐는 생소하게 느낄 것이다.

"폐는 다른 장기에 비해 기증자도 별로 없어 수술이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어요. 아직 우리 법에는 뇌사자의 폐만 기증할 수 있어서인데, 보통 뇌사상태에 빠지는 환자들이 낙상, 교통사고, 뇌출혈 등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한 것이에요.

특히 폐는 충격에 굉장히 약한데, 사고가 났을 때 폐가 부딪히면 금방 멍들고 상처가 납니다. 또 우리 장기 중에서 유일하게 외부 공기가 들어오는 곳이라 오염될 확률도 높구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이식이 활성화 되지 않았죠."

하지만 폐 이식은 점점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의 심화에 직격탄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폐'라서다.

특히 폐가 딱딱하게 굳는 병,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들은 폐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오직 그것 밖에 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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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2차례 수술을 받은 환자들도 모두 특발성 폐섬유증이었어요.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가 굳는데, 왜 굳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입니다.

원인을 모르니 효과 있는 치료약도, 치료법도 없어요. 오직 폐이식 수술 외엔 방법이 없습니다.

첫 번째 환자의 경우 산소호흡기를 달고 화장실 정도는 혼자 갈 수 있는 상태였지만, 두 번째 환자는 한 달 가까이 중환자실에 누워만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했어요."

함 교수는 올해 만난 두 환자의 케이스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폐 이식의 목적은 기본적으로는 생명연장에 기반하지만, '삶의 질' 문제도 절대 간과할 수 없습니다. 첫 환자의 경우 산소호흡기를 달았지만 아주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한 사람이었어요.

이 정도 상태만 돼도 수술을 받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해집니다. 이건 그 환자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 거예요. 폐섬유증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하루를 살더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거예요.

산소호흡기 없이 숨쉬고 싶다는 것. 제가 만난 환자 중에 유치원 다니는 아이를 둔 젊은 엄마가 있었는데, 이 엄마의 소원은 아이 소풍 도시락을 만들어주고 남편한테 따뜻한 아침밥 한번 차려주는 겁니다.

이 환자들 대부분이 하루를 살더라도 이식을 받겠다는 거예요. 수술이 성공하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거든요."

하지만 우리 법은 꽤 엄격하게 폐 이식 수술을 제한하고 있다. 2년 이내 사망할 것으로 보이는 위중한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수술 기회를 준다.

"지금 당장 위중한 환자들이 수술을 받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삶의 질' 차원에서 폐 이식 수술을 바라본다면, 살고는 있지만 자유롭게 숨쉬지 못하고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에게 폭넓게 기회가 가야 된다고 보구요.

또 그래야 성공케이스가 늘어나 정부나 병원에서 지원을 확대할 것이고, 더 많은 환자들이 새 삶의 기회를 얻는 선순환이 가능해집니다."

아주대학교병원 흉부외과 함석진 교수9
사진/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아주대병원에서 폐 이식 수술을 연달아 성공하면서 제대로 숨쉬지 못해 고통받던 경인지역 환자들이 굳이 서울에 나가지 않더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렇게 되기까지 함 교수를 비롯한 수술팀은 2년여 동안 철저하게 준비했다.

"폐 이식 수술을 처음 하는 병원은 초기 성적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신뢰의 문제거든요. 이번에 수술한 두 번째 환자의 경우도 적당한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은 채 3~4주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수술을 해도 될지 두려움이 앞섰어요. 다행히 환자가 생존의지도 강하고 기증자의 폐 상태가 좋아 성공했죠.

여러모로 운이 좋아 초기 성적이 잘 나온 편입니다. 또 폐이식 수술은 팀워크가 탄탄해야 해요. 저희 팀이 2년 넘는 시간 동안 다른 병원도 다니며 사례 연구도 많이 했고 실전을 위해 다양한 연습도 병행했어요. 무엇보다 병원 전체의 종합적인 지원이 정말 중요합니다.

모든 과의 의료적 지원은 물론이고 이식 수술은 아주 예민하게 윤리적 문제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하다못해 정신과까지 동원됩니다.

예를 들면 이식한 환자가 수술을 하고 나서 새 삶을 얻었는데 정신적 문제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 다른 이의 삶의 기회도 뺏는 겁니다. 실제로 이런 경우도 꽤 있구요. 여러 조건과 상황이 잘 맞아야 하기 때문에 지역병원에서는 리더가 강한 의지를 갖지 못하면 하기 힘든 게 현실이죠."

생명과 직결된 일. 말로 다 설명 못 할 무게의 책임감이 그의 말 여기저기서 묻어난다. 그는 어쩌다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짊어졌을까.

"흉부외과라는 곳이 드라마틱해요. 정말로 생과 사를 오가는 곳이거든요. 정말 '드라마틱'해서 드라마의 소재로 많이 활용되는 겁니다.

그 중에서도 이식받은 환자들의 변화가 가장 드라마틱합니다. 이대로 생이 끝날 것 같던 환자들이 이식을 받고 좋아지는 모습, 다시 사회에 나가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저는 그것이 참 극적으로 느껴졌어요.

흉부외과 의사로 살아온 지 19년째인데, 아직도 수술 하기 전에는 혹시 실패할까 두렵고 긴장되지만, 결과가 좋아 환자들이 건강하게 사는 것을 보면 보람을 가장 많이 느낍니다."

문득 흉부외과와 같이 고난도의 수술을 하는 과에 지원하는 의사가 없다는 세간의 소식이 떠오른다.

"정말 그렇습니다. 지금 흉부외과 의사가 배출되는 양이 1년에 20명 정도 뿐이에요. 향후 2~3년 내로 전성기 시절의 선생님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구요. 벌써 서울은 물론이고 지역의 병원들은 흉부외과 의사 인력난에 시달립니다. 모든 과가 다 중요해요. 하지만 흉부외과는 정말 생과 사의 한 가운데서 사람을 살리는 곳이거든요.

흉부외과 의사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처럼 말하지만, 너무 힘든 것 티 내지 말자고 합니다. 진짜 제가 레지던트이던 시절에는 1주일 내내 집에 못 가고 병원에 묶여 있었는데 정말로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법으로도 못하게 돼 있고 주중에 집에도 가고, 주말에도 좀 쉽니다(웃음).

아마 육체적, 정신적 문제도 있지만 전문의로 나왔을 때 진로가 제한된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 오는 경제적 문제도 클 거예요. 하지만 흉부외과의 장점은 생명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넓고 깊게 공부하기 때문에 어떤 분야에서든 도움이 될 겁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물었다.

"폐 이식과 관련된 기초연구를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 캐나다나 미국, 유럽 등에서는 안 좋은 상태의 폐를 향상시켜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시행 중입니다. 앞으로 폐와 관련된 질환은 늘어날 겁니다. 우리도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는 기초 의학연구를 게을리해선 안돼요."

인터뷰를 마치고 진료실을 나오자 북적였던 병원 진료실 곳곳에 불이 꺼져 있었다. 이제 퇴근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환자들 한번 더 보러 간다"고 서둘러 돌아섰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안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글/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함석진 교수는?

▲ 1973년 부산 출생

▲ 1992년 부산 충렬고 졸업

▲ 1999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2004년 흉부외과 전문의 취득

▲ 2007년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석사

▲ 2016년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 University of Pittsburgh Medical Center, 흉부외과 Research Fellow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흉부외과 조교수

▲ 現 아주대학교의과대학 흉부외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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