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산단 화재 '미작동 스프링클러' 회사측(세일전자) 임의로 잠갔나

정운·공승배 기자

발행일 2018-08-23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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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면 모자이크
22일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장례식장에서 남동산단 세일전자 화재사고 유가족들이 회사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두달 전 정밀점검때 이상없음 확인
전문가, 결함보다 '고의 조치' 무게
국과수, 현장감식 진행 원인조사중
계단몰린 건물구조탓 피해 지적도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인천 남동산단 화재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8월22일자 1·8면 보도) 회사 측이 평소 스프링클러를 작동하지 않도록 조치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22일 인천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세일전자는 지난 6월 19일 종합정밀점검을 받았다. 정밀점검은 당초 소방안전연구원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인천의 안전점검 대행업체가 맡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점검에서 세일전자는 화재탐지장비 미설치(1층), 유도등 비상전원 불량(1·3층), 휴대용 비상조명등 불량(1·2층) 등의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4층에서는 지적사항이 나오지 않았으며,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스프링클러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소방당국이 진행한 지난 2016년과 2017년 특별조사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점검이 진행된 지 두달여 만에 발생한 화재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의도적으로 밸브를 잠갔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말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에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으며, 스프링클러 밸브가 잠겨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기계결함이 아닌 '의도적 조치'로 인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서울시립대 이영주 교수(소방방재학과)는 "불이 났을 때 스프링클러로 인해 물이 쏟아질 경우 전자장비 등이 망가지는 등 피해가 클 수 있기 때문에 작동하지 않도록 잠가두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스프링클러 점검 당시 정상적으로 기동하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 났을 때 작동하지 않았다면 사용자가 임의로 조치했을 수 있다. 1~2달 사이에 고장이 났을 가능성은 상당히 적다"고 했다.

세일전자 관계자는 "스프링클러에 대한 정확한 작동 여부는 국과수의 감식 결과가 나와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현장감식을 진행했으며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가 기계적·전기적 결함에 의한 것인지 또는 회사 측의 조치 때문인지 여부를 조사했다.

세일전자 건물의 구조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건물은 가로가 긴 사각형에 한쪽이 돌출돼 있는 'ㄱ'자 형태다.

대피로로 활용할 수 있는 계단이 2곳 설치돼 있으나 2곳 모두 한쪽 변에 몰려 있어 계단실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2곳의 계단을 모두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화재는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이 계단실과 가까운 곳이며, 내부에서 발생한 사망자 7명 중 5명이 계단 반대편에 있는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화재 초기 뛰어내린 직원들도 계단과 반대편 벽에 설치된 창문을 이용했다. 이 때문에 화재로 인한 연기가 삽시간에 퍼지면서 계단실 2곳 모두를 덮치면서 대피하지 못한 직원들의 피해가 커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숭실사이버대 박재성 교수(소방방재학과)는 "외국에서는 대피를 위해 출입구를 멀리 떨어뜨리는 기준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러한 규정이 없다"며 "계단만 충분히 떨어져 있었어도 피해는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최근 대형 화재가 잇따르면서 건물 내 출입구가 여러 곳인 경우 한쪽으로 몰리지 않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거리를 두고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운·공승배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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