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마약왕]송강호의, 송강호에 의한… '애국범죄'

강효선 기자

발행일 2018-12-20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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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부산 거점 실제 마약유통사건 모티브
일개 밀수꾼서 업계 장악 '흥망성쇠'통해 시대 고발
욕망·부패·검은돈등 뻔한 서사 진부한 대사 '약점'
소시민·카리스마·추락… '천의 얼굴' 역시 송강호

■감독:우민호

■출연:송강호, 조정석, 배두나, 김대명, 김소진, 조우진

■개봉일 : 12월 19일

■범죄, 드라마 /청소년 관람불가 /1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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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로 9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하며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의 새 기록을 쓴 우민호 감독이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로 국내 최초 트리플 천만 배우가 된 송강호와 손잡고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이번 영화는 한국 영화 최초라는 공통 수식어를 가진 두 사람의 만남으로 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베일을 벗은 영화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평범한 서사와 진부한 대사들로 아쉬움을 남겼다.

권력층의 추악한 민낯을 낱낱이 그려낸 전작의 신선한 충격을 기대하고 영화를 관람한다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대신 이제껏 보지 못했던 배우 송강호의 색다른 모습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송강호로 시작해 송강호로 끝나는 작품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그는 이번 작품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다. 러닝타임 내내 펼쳐내는 다양한 얼굴과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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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항구도시 부산을 거점으로 실제 마약 유통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는 새마을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일본에 마약을 수출해서 중독자를 만들면 오히려 애국'이라고 말할 만큼 반일감정이 격했던 1970년대, 근본없는 밀수꾼 이두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감독은 1972년부터 1980년 봄까지 독재 정권의 혼란 속에 있었던 대한민국을 사회적 배경으로 삼아, 당시 활동했던 마약밀수꾼들의 삶을 이두삼에 집약했다.

그렇게 탄생한 마약왕 이두삼의 일대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이면과 경제 급성장기의 명과 암 등 70~80년대 시대 상황을 고발하는 데 집중했다.

대한민국에서 마약이 제조되고,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상표를 달고 일본에 수출될 수 있었던 당시의 과정을 이두삼과 주변 인물들의 삶을 통해 그려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인물의 등장은 오히려 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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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분 러닝타임 동안 8년의 시간과 10여 명의 다양한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는 관계를 무리하게 담아내, 이야기가 꽤 빠른 속도로 전개되지만 몰입도를 높이기보다 오히려 피로감을 안긴다.

특별함 없는 서사도 아쉽다. 검은돈과 권력층의 부패,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통해 사회를 고발하는 구조는 여느 범죄 영화에서 늘 등장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신선한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빛을 발하는 건 이두삼 역을 맡은 송강호의 폭풍 열연 덕이다.

푸근한 소시민의 모습부터 권력을 거머쥔 카리스마 넘치는 마약왕의 모습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특히 후반 30분간 휘몰아치는 그의 열연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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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사로잡혀 결국 나락으로 추락하는 이두삼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는데, 진짜 마약을 한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하는 광기 어린 연기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긴 여운을 안긴다.

송강호 외에도 조정석, 배두나, 김대명, 김소진, 조우진, 윤제문, 이성민, 김홍파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빈틈없는 연기를 선보이지만, 캐릭터의 색깔이 또렷하지 않아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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