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특성화고 실태 진단·(上)졸업생이 말하는 현실]전공 무관 취업 최우선… '비정규직' 만드는 학교

입력 2019-04-21 21:57 수정 2019-04-21 22:00
지면 아이콘 지면 2019-04-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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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게시판 '취업 줄세우기'-경기도내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열악한 처우와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교육 구조를 바꿔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오후 도내 한 특성화고 게시판에 공기업, 금융, 대기업 등 졸업생들의 취업 현황이 게시돼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현장실습 복교자는 '실패자' 취급
취업자 244명중 '비정규직' 86.9%
구조개선 요구 3천명 연합회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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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의 특성화고 졸업생이 주축이 된 특성화고권리연합회가 출범했다.

특성화고권리연합회는 현장실습 문제 뿐 아니라 취업 후 졸업생이 받는 차별, 열악한 처우와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는 교육 구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렇게 모인 이들의 숫자가 3천명이 넘는다. 이들 졸업생은 특성화 교육으로 고졸 취업을 늘리겠다는 정부와 일선 학교가 감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서열화된 대학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해 취업을 시키자고 만들어진 특성화고지만, 그 안에서도 '그들이 정한 학교 등급'에 따라 졸업생 줄 세우기가 이뤄지고 있다.

'취업만 하면 된다'는 정책이 만들어 낸 감춰진 이면이다. → 편집자 주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로서,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좋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교'. 교육부가 소개하는 특성화고 설립·운영 취지다. 하지만 특성화고를 졸업한 학생들은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감조차 없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경기도 소재 A 특성화고를 졸업한 김은혜(21·가명)씨는 졸업 후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다. 큰 불만 없이 직장을 다니고 있는 김씨는 마음 한편에 '전공'을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못내 남는다.

고등학교에서 환경공업을 전공하고 졸업 이후에는 전공을 살려 화학계통 회사에 취직하려 했지만, 그의 첫 직장은 전공과 무관한 제조업체였다.

단순 기계 작동과 자재를 옮기는 잡무가 주된 일이었고, 누구 하나 일을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다. 김씨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학교는 현장실습을 나갔다 되돌아오는 '복교자'를 '실패자' 취급했다. 김씨는 "학교는 실적만 챙기려 한다. 안 좋은 직장으로 현장실습을 보내놓고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비정규직이 되는 졸업생의 사례는 비단 김씨만의 일이 아니다.

경기도비정규직지원센터가 도 소재 특성화고를 졸업한 300명(남녀 각 15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상태인 244명 중 비정규직 비율은 86.9%에 달했다.

이른바 '좋은 일자리'인 정규직은 불과 13.1%에 그친 것이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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