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역할분담이 필요한 한미동맹

김창수

발행일 2019-05-22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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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입장과 이해 달라
결국 비핵화 협상 추진동력 발굴 우리의 몫
세부사항은 당사자간 창의적으로 접근 유리
신뢰회복 차원 '비핵화 2~3단계 진행' 현명

김창수-새프로필 사진2
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
최근 통일부는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신청을 승인하고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사업에 80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소신있게 추진해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이다. 이 조치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남북 관계를 대화로 전환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하노이 회담의 옵션으로 거론된 바 있지만 미국 측의 완강한 반대로 철회했다가 하노이의 좌절로 절치부심하고 있는 평양을 향해 뒤늦게, 그것도 일부를, 마지못해 꺼내든 셈이기 때문이다.

바둑에서는 돌을 놓는 순서, 수순(手順)이 승부를 결정한다. 국면을 전환하는 묘수도 수순에서 나오고 다 이긴 판을 놓치는 패착도 수순에서 나온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겪고 있는 고통과 공단가동으로 얻었던 경제적 이익이나 남북간 신뢰회복 효과까지 두루 감안하면, 개성공단 방문승인은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개성공단 재가동은 언젠가는 풀어야 할 매듭이었다. 선택지가 거의 없는 '촉진자의 결단'을 북한이 적극적으로 평가하기를 기대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북미간의 압박이 임계치를 향하고 있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한동안 칩거하던 김정은 위원장은 연일 생산현장 방문을 통해 '인민'들의 실망감을 달래는 한편, 군부와 강경파들을 의식한 저강도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예측하지 못한 하노이 결렬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까지 손상입은 것으로 알려져 협상 테이블로의 복귀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도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북한의 '준비부족' 탓으로 돌리는 한편 북한의 석탄운반선을 압류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발사체 발사로 도발의 강도를 조금씩 높여나간다면 교착상태가 긴장과 갈등관계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가장 비관적 시나리오는 북한의 압박과 미국의 군사적 옵션이 서로 충돌하면서 비핵화협상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비관적 시나리오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다. 트럼프가 외교적 실패로 인한 비난을 감수한다면 미국이 잃을 것은 사실상 없다.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내심 결렬을 원하고 있으며, 그 대변자들인 매파들은 협상의 문턱을 높여 성사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미국의 야당은 북미협상을 트럼프가 하는 것 자체가 불만이어서 협상 성사에 관심이 없다. 북한의 경우 비핵화 협상이 제재완화로 이어져 경제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으나, 기득권층에게 평화체제와 개방은 일종의 도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에서 한미간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이나 결과로 구축될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나 이해는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북한이 다시 협상장에 설 수 있는 명분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발굴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유엔의 제재 대상과 무관한 사업이라면 일일이 미국의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다. 유연한 상황 관리를 위해서도 미국과 전략적 방향은 공유하되 세부사항은 당사자가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 개성공단 재개 건도 우리 정부가 결자해지의 관점에서 책임성을 가지고 접근했더라면, 그리고 미국은 한국에 판단을 위임해 두었더라면 지금처럼 신뢰의 위기는 조성되지 않았을 터이다.

미국이 선호하는 일괄타결의 가능성은 차츰 줄어들고 있다. 하노이 노딜로 신뢰의 위기는 더 심각해졌다. 빅딜을 고집할 수 없다면 신뢰회복의 차원에서라도 비핵화를 2~3단계로 나누는 것이 현명한 태도이다. 합의사항 위반시 협정을 철회할 수 있는 역진방지규칙(snapback)을 제시해 미국의 우려를 불식하는 한편,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과의 식량, 환경 생태분야, 과학기술분야의 지원을 강화하는 전략의 다변화가 '촉진자'에게 절실하다.

/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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