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촉발된 붉은 수돗물 사태가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주민들이 적수 공포증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오전 안산시 고잔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직원들이 지난 24일 일부 연립주택에서 이물질 수돗물 민원이 접수돼 피해주민들에게 공급할 생수를 정리하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
안산 일부 주택에서 '이물질' 민원
김포·평택에선 녹물·흙탕물 몸살
변기·욕조 붉은얼룩 보고 '화들짝'
"곰팡이라고 하지만…" 불신 확산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에도 놀란다."
인천에서 촉발된 붉은 수돗물 사태가 경기도 전역에 '적수 포비아(phobia·공포증)'로 확산 양산이다.
25일 경기도 및 일선 시·군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께 안산시 고잔1동 일부 연립주택에서 마실 수 없는 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안산시가 파악한 피해 가구는 총 1천900여가구로 4시간여 만에 긴급 복구작업을 마쳤다.
안산시 이물질 수돗물은 일시적으로 상수관 수압이 높아지면서 관로 밸브 등에 붙어있던 이물질이 떨어져 나와 불거진 것으로 추정하며 정확한 조사에 나섰다.
김포와 평택 주택가 수도꼭지에서도 흙탕물이 흘러나오자 시민들의 수돗물 불신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김포시 A아파트(1995년 준공·250세대)에서도 녹물이 나왔고, 평택시 동삭동 5천600세대 규모 B아파트에선 인천 서구에서 붉은 수돗물 문제가 불거진 지난달 30일 혼탁한 물이 공급돼 입주민들이 집단 피부염을 앓았다.
수돗물 이물질 사태가 잇따르자 도내 일부 지자체 공동주택 곳곳에서도 '적수포비아'를 호소하고 있다.
입주한 지 불과 2년이 채 안된 수원 영통구 망포동 C아파트(2017년 8월 입주·2천140세대) 입주민들은 변기와 욕조에 생긴 붉은띠 형태의 얼룩을 발견하고 민원을 제기했다.
입주 초기부터 거주한 장모(45·회사원)씨는 "2주 전부터 화장실 변기에 고인 물과 경계면에 붉은색 띠가 생기고 욕조에도 붉은 얼룩이 남아 인천 수돗물 사태가 떠올랐다"며 "아이들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화성 동탄신도시 영천동 D아파트(2018년 2월 입주·1천132세대)에서도 수돗물 사용 후 남은 얼룩에 붉은 빛을 띠자 단지 인입수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서모(39)씨는 "여름철 기온이 오르면서 화장실에 생기는 붉은 곰팡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아이들 양치질하는 물은 생수를 사용하고 있다"며 "불신을 없앨 수 있도록 수질 조사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D아파트 관리사무소 시설과장은 "신축 아파트는 대부분 스테인리스 배관이 아닌 폴리에틸렌(PE) 배관으로 상수 공급 관로를 깔았기 때문에 녹물이나 흙탕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기적으로 인입수 저수조를 청소해 깨끗한 물을 공급하겠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상수 공급 문제 발생시 즉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동국 도 상하수과장은 "31개 시·군과 함께 상황을 유지하면서 한국수자원공사 등 전문가 집단을 투입해 문제 원인을 찾고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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