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콜레라'로 불렸던 CSF 통해
3년 전 이미 '전염 사례' 학습 불구
수수방관하다 초동조치 실패 지적
농식품부 "추가 확산 막고자 노력"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전파 양상이 유사한 돼지열병(CSF)이 3년 전 야생멧돼지와 사육돼지 간 전파됐던 국내 사례가 확인되면서 열병 바이러스 감염을 사실상 예습했지만, 정부가 수수방관으로 일관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ASF가 야생멧돼지에서 잇따라 검출되면서 결국 매개체가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고, 학습한 CSF 창궐 사례를 토대로 미리 매개체를 관리했다면 ASF의 국내 발병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 8월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총 14건의 CSF 항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과거 '돼지 콜레라'로 불렸던 CSF는 ASF와 바이러스 종류가 다르고 백신이 있어 위험성은 낮지만 ▲야생멧돼지 접촉 ▲분변·타액 간접접촉 ▲차량·사람 기계적 전파 등 감염 매개체가 유사해 ASF 확산에 대비한 방역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경기 북부(연천·포천)를 시작으로 2017년부터 올해 4월 사이 경기(남양주·양평)와 강원(철원·영월·홍천·춘천·인제·동해) 등에서 모두 야생멧돼지에서 동일한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최근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육돼지도 2003년(김포)과 2009년(경남 양산)·2013년(경남 사천)에 이어 2016년엔 제주·연천에서 CSF가 검출되는 등 건수는 적지만 더 오래전부터 발견돼 왔다.
특히 2016년 연천에서 나온 CSF 바이러스는 지난 2011년 연천지역 야생멧돼지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와 유전형이 일치했다.
지난 9년 동안 경기·강원 곳곳에서 야생멧돼지끼리 전파된 것과 동일 유전자 종류의 바이러스 항원을 가진 사육돼지가 나온 것. 이를 근거로 농식품부는 당시 야생멧돼지와 사육돼지 사이 CSF 바이러스 전파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ASF 발생 시기보다 앞선 3년 전에 이미 CSF를 통해 야생멧돼지와 사육돼지 간 바이러스 전파를 학습한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야생멧돼지에서 ASF 발견 사례가 없다며 수수방관, 결국 초동조치에 실패해 ASF의 확산을 사실상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ASF와 CSF는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라면서도 "다만 야생멧돼지가 ASF 전파 매개체가 될 수 있어 지난 8월 이전부터 발생·확산을 조기 차단하고자 관련 부처와 협업해 방역을 강화했고 현재 추가 확산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