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충봉아부패병 증상으로 죽은 유충들
정부가 '토종벌 에이즈'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을 막기 위해 병에 대한 저항성을 확보해 보급 중인 새 토종벌 품종이 집단 폐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1일 정부로부터 개량 토종벌을 분양받은 파주시 한 양봉 농가에서 낭충봉아부패병 증상으로 죽은 유충.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농진청에 7통 분양받은 파주 양봉농가, 한 달만에 절반 가량이 폐사
애벌레, 성충 되기 전 부패증상… "질병 아닌 외부요인" 조사 안나서

'토종벌 에이즈'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내성을 가진 새 토종벌을 개량하고 보급하는 와중에 파주에서 새 토종벌 유충이 집단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양봉 농가는 낭충봉아부패병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농촌진흥청은 다른 외부 요인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어 실제 폐사 원인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21일 경기지역 양봉 농가 등에 따르면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전국 10개 지역에서 질병 발생이 없거나 질병을 회복한 벌을 수집,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남은 벌들로 새 토종벌 품종을 육성했다.

농촌진흥청은 토종벌 1천600통을 확보하고 올해 경기·강원·충남 등 7개 광역지자체별로 단체 1곳씩을 지정해 토종벌 보급 업무를 맡겼다.

경기도의 경우 양평군토종벌연구회가 보급단체로 선정돼 지난 5월부터 강화도 보름도에서 토종벌을 육종한 뒤 도내 농가에 보급했다.

이중 파주시에서 양봉업에 종사하고 있는 정모(56)씨는 한 통당 55만원(시 지원 35만원·자부담 20만원)을 주고 지난 10월 중순 토종벌 7통(약 7만마리)을 분양받았다.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토종벌은 한달 만에 절반가량인 3만5천여마리 밖에 되지 않는다. 토종벌의 경우 알부터 애벌레, 번데기 과정을 거쳐 성충까지 자라는 데 21일가량 걸리는데 낭충봉아부패병 증상처럼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기 전에 부패해 죽어 나갔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성충이 수명을 다해 죽어가는 사이 새로운 성충이 그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정씨는 경기도북부동물위생시험소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토종벌에서 치사율이 높은 '낭충봉아부패병', '석고병' 등 5개 항목에서 '양성' 판정 결과를 받았다.

폐사의 증상도 낭충봉아부패병 증상과 거의 일치한다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정씨는 "정부에서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렵게 새로운 품종의 토종벌을 분양받았는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그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농진청이나 양평군토종벌연구회는 병 때문에 애벌레가 죽은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나도 20년 넘게 양봉업에 종사한 사람이라 원인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농진청 관계자는 "파주 말고도 다른 지역에서도 애벌레가 비슷하게 죽었다는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며 "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한 피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오경택·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