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풍년의 역설'이라는 논란 속에 어려움을 겪었던 양파에 이어 감자도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어 농민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9일 오후 안성시 일죽농협 농산물유통센터 감자 저온창고에서 관계자들이 창고 가득 들어찬 감자의 수량 등을 점검하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
가을 수확 ↑·고랭지 면적 확대 등
생산량 50%이상 늘어 '공급과잉'
양파와 달리 도내 재배면적 넓어
"산지 폐기 가능성" 큰 피해 우려
양파에 이어 감자도 생산량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대폭 하락하고 있어 '풍년의 역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양파는 재배 비중이 낮아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감자는 비중이 높아 농민들의 근심이 크다.
9일 통계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1월 감자(20㎏)의 가격은 1만9천원대로 전년 대비 53.3%, 평년 대비 32.5% 하락했다.
가을 감자 생산량이 여름철 태풍 등에 따른 작황 부진에도 평년 대비 36.9% 상승했고 막 수확되는 고랭지 감자 역시 재배 면적 확대와 작황 호조로 전년 대비 생산량이 52.1% 늘면서 공급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기존 저장됐던 봄 감자도 시장에 풀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감자 물량은 67만6천110t으로 평년(54만8천783t)과 비교했을 때 23%가량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경제연구원도 공급량 증가로 당분간 감자 가격의 반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풍년의 역설'을 감자도 고스란히 겪는 셈이다. 이로 인해 도내 감자 재배 농가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 초 '풍년의 역설'로 논란이 된 양파의 경우 도내 재배 면적이 전체(2만1천777㏊)의 2.2%(493㏊)에 불과해 도내 농민들은 다행히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감자는 재배 면적이 전체(2만4천384㏊)의 8.2%(2천12㏊)에 달한다. 이는 17개 광역지자체 중 6번째로 비중이 높다. → 표 참조
물론 봄 감자가 주로 재배(2만5㏊)돼 당장의 피해는 피할 수 있지만, 이 추세가 봄까지 이어질 경우 도내 농민들도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소득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농업관측본부가 감자표본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전국의 시설 봄 감자 재배의향면적은 전년 대비 7.2%·평년 대비 77.2% 증가한 2천621㏊로 집계됐다.
반면 상당수를 차지하는 내년 노지 봄 감자 재배의향면적은 1만7천866㏊로 올해 1만8천151㏊보다 1.6%(285㏊) 감소에 그쳤다. 내년 봄을 넘어서도 공급과잉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도내의 한 감자 재배 농가는 "가격이 너무 떨어져 큰 일"이라며 "이렇게 가다간 양파처럼 어쩔 수 없이 산지 폐기하는 도내 농가도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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