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리얼리티·(4·끝)유산]첨단산단 그후… '3기 신도시' 성공의 가늠자

다음 십년을 위해 남겨둔 가능성

공지영·신지영·김준석 기자

발행일 2020-01-09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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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테크노밸리 야경
대한민국의 경제를 책임지며 세계 IT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고군분투중인 판교신도시 테크노밸리단지에 늦은 밤까지 기업들이 밝힌 희망의 불빛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기획취재팀

접근성·목적의식·집적효과·재투자 '성공공식'
'3기' 자족시설용지 판교 8배… 공급과잉 우려
"서울 마곡·성남 판교이외 성공사례 거의 없어"

올해부터 입주기업 '전매제한' 본격적 해제
시세 크게 뛰어 '테크노밸리 생태계' 변수로
10년뒤 업종제한도 풀려… '자생' 모색할때

# 포스트 판교는 실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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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의 성공은 신도시의 희망이 됐다.

 

판교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이후 등장한 신도시들은 하나같이 '자급자족'을 목표로 첨단산업단지를 유치하고자 했고 그 노력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들의 기대만큼 판교 이후 신도시는 '포스트 판교'가 될 수 있을까.

제3기 신도시는 남양주, 하남, 인천, 고양, 부천, 과천이다. 판교가 힘겹게 정부와 싸워 '벤처산단용지'를 얻어냈던 과거와 달리, 이제 3기 신도시는 '자족시설용지(벤처기업 집적시설·소프트웨어 연구소·일반업무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업무지역)'가 처음부터 계획됐다.

 

용지 규모만 보더라도 그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쉽게 알 수 있다.

남양주 왕숙(140만㎡)·하남 교산(92만㎡)·인천 계양(90만㎡)·고양 창릉(135만㎡)·부천 대장(68만㎡) 모두 판교 테크노밸리(66만㎡)보다 넓은 면적의 자족시설용지를 가지고 있다. 

 

과천은 신도시 대상 부지에 자족시설용지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과천 지식정보타운(22만㎡)과 가깝다. 3기 신도시의 자족시설용지를 모두 합한 면적은 525만㎡인데 판교의 8배 가량이다. → 그래프 참조

여기에 기존의 광명·시흥테크노밸리(202만㎡), 일산테크노밸리(85만㎡), 구리·남양주테크노밸리(22만㎡), 양주테크노밸리(30만㎡)가 조성 중이고 판교에는 제2테크노밸리(43만㎡)와 제3테크노밸리(58만㎡)가 후속으로 조성 중이다. 이들 테크노밸리를 모두 합하면 여의도 3개를 합친 면적에 달한다.

과연 이들 신도시의 계획대로 자족시설용지 모두에 판교처럼 빽빽하게 규모 있는 기업을 유치할 수 있을까. 

 

3기 신도시의 계획이 확정되기 전부터 의문부호가 제기되는 건 이른바 공급과잉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상후 전 LH부사장은 "첨단산업단지라는 이름으로 수도권에 우후죽순 업무지구가 들어서고 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LG그룹이 이전한 서울 마곡지구와 성남 판교외엔 (첨단산업단지) 성공사례가 없다. 앞으로도 서울과 인접한 과천지식정보타운 정도만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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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시가 성공하려면


지금의 판교는 공식이 존재한다. 

 

첫째, '뛰어난 서울 접근성'이라는 장점이 특출났다. 우리가 만난 판교 기업인과 직장인 대다수가 서울 강남과 가깝다는 것을 최고의 성공비결로 꼽았다.

둘째, 판교는 이 장점을 무기로 '자급자족' 도시 건설의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다. 

 

특히 경기도와 성남시가 판교 개발의 주체가 됐고, '서울 위성도시'로 밀어붙이는 정부의 도시개발을 막아냈다. 

 

이는 지자체가 당시 산업 수요를 정확히 분석하고 예측했고, 정부에 주도권을 뺏긴 채 진행된 1기 신도시 정책에 대한 뼈 아픈 반성에서 비롯된 결과다.

셋째, 산업단지를 분양할 때 다양한 정책을 구사해 '초기 집적효과'를 탄탄하게 다졌다. 

 

'업종제한'과 '전매제한'을 통해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투기세력을 강하게 견제했다. 또 대기업에는 적절한 임대정책을, 중소기업에는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입주가 가능하도록 문호를 열어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우러진 초기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특히 도시개발의 주체가 돼야 할 지자체가 개발정책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자칫 '투기'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판교와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인천 테크노파크 1차 산업기술단지의 사례를 보면 반면교사 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분양한 인천테크노파크는 15만5천㎡ 부지에 30여개 기업이 입주했다.

대부분이 인근 남동산업단지 소재 기업이 연구소 목적으로 설립한 것이다.

조성원가 70% 수준으로 기업에 땅을 공급하며 입주했지만, 클러스터의 핵심인 집적효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는 분양 당시보다 지가가 20배가량 올라 입주기업들이 '재테크'만 성공했다.

허동훈 인천연구원 부원장은 "중소기업이 R&D를 위해 찾는 첨단산업단지의 분양면적은 평균 100㎡ 이하인데 이보다 넓은 땅을 싼 가격에 파니까 지가 상승을 기대한 기업들이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저렴한 분양가는 서울 소재 기업을 이전시킬 수 있는 미끼인 동시에 첨단산업단지의 정상적인 성장을 막는 '양날의 검'이었던 셈이다.

판교와 함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서울 마곡지구 역시 저렴한 분양가가 성공의 핵심 요인이지만, 적절한 '당근'정책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우러진 산업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허 부원장은 "판교테크노밸리는 대기업이 단독 건물을 지어 입주하고 여유 공간은 임대했다. 큰 부지를 살 수 없는 작은 규모 기업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부지를 분양받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중소기업이 어우러진 생태계를 갖추게 됐다. 마곡지구도 입주 후 5년 뒤 임대가 허용된다. 여유 공간을 분양하거나 임대할 수 있으니 (기업으로선) 마곡지구에 올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곡지구 주변 지역은 면적당 약 1천900만원이었지만 마곡지구는 면적당 1천50만원에 공급해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이 많았다. 기업이 모이니 지가가 뛰어 지금은 면적당 3천만원 정도 한다.

결국 적절한 정책을 통해 지가상승이 예상되는 신도시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해야 초기에 많은 기업을 불러모을 수 있고 '집적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허 부원장은 기업이 투자를 펼칠 수 있게 유인책을 펴되 '최종 입주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부원장은 "판교나 마곡처럼 여유공간을 분양하거나 임대할 수 있도록 해주되, 최초에 부지를 분양받은 기업이나 기관이 개발이익을 독식하지 않고 최종적으로 지역에 입주하는 업체에게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 개발초기에 최종 입주자(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면 집적이 집적을 불러 클러스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공식은 개발로 얻은 수익을 다시 판교에 재투자한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사업 공기업 특별회계'를 제정해 판교를 조성하며 분양으로 거둔 수익을 특별회계로 묶고, 특별회계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판교에 재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도시 발전의 지속성을 스스로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세출·세입에 따라 판교 특별회계의 자산총계는 유동적이지만 현재 5천억원 내외의 자산이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판교는 특별회계를 통한 재투자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경기도는 민간기업이 주를 이룬 판교에 특별회계 재원 1천6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R&D센터·공공지원센터(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산학연 R&D센터(스타트업캠퍼스)를 세웠다.

 

이 건물을 세워 입주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저렴한 임대료의 업무공간을 마련해 스타트업에 제공했다. 이는 한 발 앞서 스타트업 시장을 선점한 셈인데, 그 덕에 판교는 현재 'IT 창업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판교의 것은 판교에게 돌려준다'는 특별회계의 취지는 향후 개발될 신도시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원칙 중 하나다.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판교 테크노밸리 일대. 판교 개발 이후 대한민국 신도시들은 '포스트 판교'를 꿈꾸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 판교는 오늘도 진화한다


10년 전매제한이 본격적으로 해제되기 시작하는 2020년은 판교의 현재가 미래에도 지속 발전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해다.

과학기술용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마이다스아이티'(MIDAS Information Technology Co., Ltd)는 지난 2010년 4월 3일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SKn 테크노파크에서 판교의 세븐벤처밸리로 사옥을 이전했다.

올해 4월이면 이전 10년을 맞는 마이다스아이티는 성남시 정자동 163으로 둥지를 옮길 예정이다. 정자동 163은 인근에 네이버 사옥이 있고, 길 건너에 두산사옥이 신축 중인 '알짜배기' 땅이다. 

 

2천832㎡ 규모의 이 부지는 시유지였으나 지난 2017년 첨단산업 부지로 마이다스아이티에 매각이 결정됐다.

업계는 마이다스아이티의 이전을 판교 테크노밸리 '10년 전매제한' 해제에 따른 '기업 엑소더스'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를 포함해 판교에 가장 먼저 세워진 세븐벤처밸리 입주기업들이 올해부터 전매제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교의 터줏대감인 엔씨소프트는 2023년, 넥슨은 2024년이 되면 입주 10년을 맞는다. 조성원가인 면적당 1천만원 가량에 분양받은 판교 사무공간이 현재 2배 이상 시세가 뛰어 기업이 매각을 결정할 유인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 판교 테크노밸리 생태계를 뒤흔들 대형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도는 내부적으로 전매제한 해제 후 약 10%의 기업이 판교를 떠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전매제한 해제뿐이 아니다. 앞으로 10년이 더 지나면 IT·BT·CT·NT로 제한한 업종 규제도 추가로 해제된다.

더불어 개발이 추진 중인 제2·3 판교테크노밸리 역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도시공사, 경기도, 성남시가 일정 비율 사업지분을 나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가 분양부터 관리까지 도맡았던 판교테크노밸리와 달리 제2·3 판교는 시설의 관리·지원 주체가 제각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일부 시설이 준공돼 기업들이 입주한 제2 판교만 봐도 LH와 도시공사가 동일한 성격의 기업성장센터 2곳을 각각 별도 조성해 운영한다. 이 같은 문제들은 첨단산업단지의 정체성마저 흐릴 수 있다. 

 

결국 초기의 판교를 단단하게 다졌던 규제들이 서서히 풀리면서 이제 진짜 '자생'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판교는 경기도와 성남의 작은 도시를 넘어서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으며, 세계 IT 기업들과 실력을 겨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판교 리얼리티'의 막을 내리며 다시 찾은 판교는 밤늦도록 기업과 연구소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 판교는 오늘도 진화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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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공지영차장·신지영·김준석기자
사진: 임열수부장·강승호차장·김금보기자
편집: 안광열차장·장주석·연주훈기자
그래픽: 박성현·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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