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소독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승객안전을 위해 4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개인택시조합 관계자들이 차량을 소독 하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모든수입 회사에 전달하고 월급제
'손님 태운 시간'만 근로시간 인정
미달한 만큼 기본급에서 급여 공제
과로 불가피… 한달 새 13명 퇴사도

택시기사의 처우를 개선하려고 시행된 '전액관리제'가 3개월도 안 돼 오히려 근무환경을 더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제도상 명확한 기준이 없어 하루 10시간 넘게 택시를 운행해도 근로시간으로는 5~6시간밖에 인정이 안되다 보니 정부가 내세웠던 기본급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 첫주부터 삐걱거린 이 제도(1월 7일자 1면 보도)는 가뜩이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이 준 택시기사들에게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법인택시회사 188곳(군 단위 4개사 제외)은 관련 법인 여객자동차법에 따라 지난 1월 1일부터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액관리제는 매일 수입의 일정 금액을 회사에 내고 난 초과분만 가져가는 사납금제와 달리 수입 전부를 회사에 전달한 뒤 노사 합의로 정한 기본급을 보장받는 월급제 방식이다.

하지만 전액관리제에 따른 소정 근로시간이 실제 손님을 태운 시간만 인정받고 있어 과도한 장시간 노동이 아니면 사실상 해당 시간을 채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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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개인택시조합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택시 소독을 진행한 가운데 택시운송사업 전액관리제 시행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실제로 일반적인 노사 전액관리제 계약서에는 5시간30분이나 6시간40분이 소정 근로시간으로 돼 있고 손님을 태우지 않은 시간은 인정이 안 된다.

즉 빈차 운행은 근로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빈차 운행까지 포함해 적어도 10~12시간은 일해야 소정 근로시간을 채울 수 있어, 기존 사납금제보다 근로시간이 더 늘어난 셈이다.

특히 문제는 소정근로시간을 미달한 만큼 급여가 기본급에서 공제돼 기본급 보장을 위한 전액관리제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점이다. 정작 여객자동차법에는 기준액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어 소정 근로시간을 못 채워 기본급이 공제돼도 제재 방법이 없는 것이다.

도내 한 택시 회사의 경우 전액관리제가 시행된 이후 13명의 기사가 한 달 만에 장시간 노동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다.

택시기사 서모(62)씨는 "빈 차로 손님을 찾아다니거나 승차장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엄연히 근무"라고 호소했다.

이에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회사에서 기사들을 직접 관리·감독할 수 없다 보니 근무 태만을 제재하기 위해서는 소정 근로시간을 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준성·고정삼기자 kjs5145@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