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3·끝)더 나은 미래는]'4자협의체' 어디로 가고 있나

직매립 없는 대체 매립지… 얼마 남지 않은 내일을 위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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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부터 인·허가까지… 가동에 7년 필요
4·15 총선전까지 운영등 협의 마무리 방침
최종 후보지 3곳 주민반발 우려 발표 안해

'소각후 불연성 폐기물 매립' 대체지 조건
3개 지자체, 계획만 발표 수년째 달성 못해
전문가 "이동 없이 발생지서 처리가 최적"

# 대체 매립지 조성, 시기와 방법

수도권매립지 운영이 오는 2025년 정지됨에 따라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 환경부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수도권 매립지를 대체할 새로운 매립지를 찾고 있지만, 여전히 청사진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4자 협의체는 대체 매립지 후보 지역 등을 담은 대체 매립지 용역 결과가 지난해 나왔음에도 후보지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한 나머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지 못했다.

 

또 대체 매립지를 선정 방식이 아닌 공모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하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다. → 표 참조

4자 협의체가 대체 매립지 조성 선정과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로 갈팡질팡하는 동안 대체 매립지 조성 시한은 어느새 코앞으로 닥쳤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는 대체 매립지 부지 선정 이후에도 매립지가 정상 가동될 때까지 7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매립장 설계(2년), 공사(4년), 발주 및 업체 선정 및 인·허가(1년)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SL공사는 매립장을 부분 준공할 경우 조성 연도를 앞당길 수는 있지만 매립지 선정은 늦어도 올해 안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 3개 시·도 "총선전 실무 협의 완료"

서울, 인천, 경기 등 3개 시·도는 4·15 총선 전까지 대체 매립지 운영 방식과 매립지 운영 지자체 선정 등을 위한 시·도 간 행정적 협의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3개 시·도는 현재 지자체별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를 위한 방안, 사업장·건설폐기물 감축 방안, 대체 매립지 공모안 작성 등 대체 매립지에 관한 실무를 논의 중이다. 

 

실무 논의를 모두 마치면 환경부를 포함한 4개 단체 기관장의 회동도 준비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3개 지자체가 대체 매립지를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행정으로 풀어낼 방법들은 총선 전까지 마무리하고 이후에는 환경부가 대체 매립지 조성을 주도할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체 매립지에 대한 실무 논의가 마무리되면 매립지 시설 인근 주민들을 위한 인센티브, 예산 확보 등이 숙제로 남게 된다. 

 

공모에 많은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체 매립지에 예상되는 사업비 1조2천500억원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간 분담 비율을 협의해야 한다.

 

4자 협의체는 지난 2014년 12월 처음으로 가동됐다. 당시 4자 협의체에서는 2016년 종료되는 수도권 매립지 사용 기간을 10년 연장하는 대신 대체 매립지 조성을 위한 '대체 매립지 확보추진단'을 운영하면서 안정적인 폐기물 처리 방안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4자 협의체는 지난 2017년 9월 수도권 대체매립지 조성 연구용역을 시작해 지난해 3월 완료했다. 

 

인천·경기 서해안 지역 3곳이 최종 후보지로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지역 주민 반발 우려 등의 이유로 후보지를 발표하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4월 지자체 공모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3개 시·도가 합의한 뒤 세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 대체 매립지 전제 조건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


대체 매립지는 기존의 수도권 매립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4자 협의체는 대체매립지 조성 전제 조건으로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를 꼽고 있다.

 

지난 2015년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개 시·도는 수도권 매립지를 오는 2025년까지 10년 연장 운영하는 데 합의하면서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 추진 계획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번 실패로 돌아갔던 수도권 지자체들의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 계획이 시민 사회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9월 박남춘 인천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대체 매립지 조성을 촉구하면서 "새로 조성하는 매립지는 소각재와 불연재 폐기물만을 최소한으로 매립하는 친환경 매립지로 운영돼야 한다"며 "폐기물 직매립을 제로화하고 악취, 먼지, 수질오염 없는 대체 매립지 조성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직매립 제로화는 생활폐기물을 종량제 봉투째 매립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소각 잔재물과 소각할 수 없는 불연성 폐기물만 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분리 배출과 소각 등을 거쳐 매립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직매립 시 발생할 수 있는 악취, 환경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매립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 폐기물 대책을 발표하면서 3년 뒤인 2017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양을 제로화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17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생활 폐기물 매립량은 하루 평균 799t으로 2016년 766t보다 오히려 33t 늘어났다. 2018년 서울시의 생활 폐기물 매립량은 869t을 기록했다.

경기도 역시 지난 2016년 경기도 자원순환비전을 선언하면서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 달성 시점을 올해로 잡았지만,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도권 매립지로 반입된 생활폐기물은 연간 31만3천86t이었다.

 

인천시도 지난 2018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를 실시한다고 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12만6천604t의 폐기물이 직매립 방식으로 수도권 매립지에 반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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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기물 처리 시설 '님비' 아닌 '핌피'로


전문가들은 폐기물은 발생자 처리가 원칙이며 폐기물 처리 시설은 더 이상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가 아닌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yard)'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폐기물 처리시설을 혐오 시설이 아닌 '반드시 필요한 환경기초시설'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소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생활환경연구실장은 "앞으로는 매립·소각 시설이 들어설 경우 환경 피해가 특정 대상에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발생지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도시 간, 지역 간 이동하지 않고 발생지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염자가 오염 부담을 지도록 하는 것이 맞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직접적, 간접적,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환경 피해 비용을 적절하게 오염자가 지급하기 어렵다"며 "폐기물 매립이나 소각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을 주민들이 혐오 시설이 아닌 유치 시설로 바꿔 나가기 위한 것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하연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을 제로화 하는 것은 필요하다. 쉬운 일은 분명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말 매립할 수밖에 없는 폐기물만 묻어 매립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가야 한다"며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폐기물처리시설이 우리의 일상에서 공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환경부도 최근 친환경 매립지 조성을 위한 연구 용역 준비에 돌입했다. 

 

친환경 매립지 사례조사,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 사례 조사 등으로 친환경 매립방식과 관리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골자다.

 

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 만들어져야 할 매립지의 형태를 구상하기 위한 연구"라며 "친환경 방식의 매립지 조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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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근, 이준석, 공승배기자
사진: 강승호차장, 조재현, 김금보기자
편집: 김영준,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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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근·이준석·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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