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컬의 재발견·로컬방역의 성과와 과제①]승차 선별진료·호흡기 감염 클리닉… 'K방역' 지역에서 세계로

경인일보

발행일 2020-06-23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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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아이콘 '드라이브스루 진료소'
김진용 인천의료원 과장 최초 제안
생화학테러 항생제 배포 연구 접목
보편 검사 방식… 전세계 벤치마킹

하남시보건소 '호흡기 감염 클리닉'
일반병원 대신 이용 감염확산 차단
환자·의료진, 진료 시스템에 '안심'
정부 하반기 500곳 설치 '정책모델'


# K방역 상징된 DT선별진료소


지구촌을 휩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DT) 선별진료소는 'K방역'을 상징하는 하나의 확실한 아이콘이 됐다.

차량에 탑승한 채 야외에서 검사를 받는 장면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신종 바이러스의 무시무시한 감염성과 당시 한국의 다급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빨리빨리 문화를 언급하며 신기한 구경거리 쯤으로 여기던 외국인도 있었다.

그러나 6월까지 이 같은 DT방식을 도입한 국가는 21개국으로 늘어났다. 의료진과 검사자의 접촉은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빠르게 검사할 수 있어서다.

이후 워킹 스루 등 지역별로 주어진 조건에 맞는 다양한 검진 아이디어가 나왔다. 감염 환자가 발생할 경우 학교 운동장이나 관공서 주차장 같은 탁 트인 장소에 텐트를 치고 검사소를 설치하는 일이 익숙한 풍경이 된 것은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 영향이 컸다.

수원 월드컵경기장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선별진료소 검사 모습. /경인일보DB

'드라이브 스루'라는 서비스 운용 방식이야 오래됐지만 의료 영역에서 실행된 적은 없다. 이를 바이러스 검사에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를 국내 의료계에 처음 제안한 주인공은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이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업계의 주류 병원이 아닌 지방 의료원에 소속된 의사가 세계적인 히트상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컸다.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은 이후 주요 병원에서 '러브콜'을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천의료원에 남아 공공의료 현장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김 과장이 대한감염학회 신종감염병위원회 정책태스크포스(TF) 단체 채팅방에서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교수로부터 "대규모 진단 방안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요청을 들은 것은 지난 2월 21일 오후 11시 30분께다. 이때는 이른바 '대구 3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로 대규모 검사가 필요한 시기였다.

김 과장은 불과 4시간이 지난 22일 오전 3시 53분, 채팅방에 개념도를 올렸다. "드라이브 스루 너무 좋습니다. ㅜ.ㅜ", "정말 수고했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제안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 과장은 "무엇보다 학회의 도움이 가장 컸다"면서도 "지방의료원에 근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국가지정병상이 설치된 공공병원에서 일하며 바이러스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많았고, 자연스레 국책사업에도 참여하게 돼 자신의 시야가 넓어졌다는 것이 김 과장의 솔직한 설명이었다. 공공의료원에서 일한 덕분에 '매출'보다는 '공공성'에 중심을 둘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드라이브스루 제안한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교수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사진 가운데)과 의료진들이 '자부심을 느낍니다'를 의미하는 수어로 의료진을 응원해주고 있는 국민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은 "의사가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공공의료 기관과 그 역할을 확대해 가야 한다"며 지방의료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으로는 2년 전 이재갑 교수와 생화학 테러가 발생할 경우 예방적 항생제를 배포하는 방식을 연구하며 DT 배포를 고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그때 선행 연구인 2010년도 스탠퍼드 대학의 인플루엔자 대비 논문에서 DT 진단과 백신 배포 모델을 확인한 것이 토대가 됐다.

인천에는 항만과 공항 등 국가 관문이 있다. 지난 1월 19일 환승 과정에서 찾아낸 국내 1호 확진환자를 인천의료원에서 돌본 경험을 축적해 빠르게 공유한 것도 DT 선별진료소를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했고, 입원부터 격리 해제까지 매일 검체를 채취해 질병관리본부로 보냈다. 분석결과 기존의 바이러스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바이러스임을 확인했다.

신종 코로나는 환자가 감염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 발생량이 높았고 오히려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는 적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의 감염 위험을 낮추면서 환기에 필요한 시간도 아끼고, 광범위한 대규모 검사가 가능한 실외 DT 선별진료소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지방의료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현대에는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의학만 할 것이 아니고 다양한 학문을 하는 사람과 협업하고 함께 연구하는 기회를 충분히 가져야 하는데, 환자가 몰리는 민간병원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다"면서 "의사가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공공의료 기관과 그 역할을 확대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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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비상시 감염병전문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500병상급 이상의 제대로 된 종합병원 규모의 공공의료원을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공공의료기관은 '표준진료'로, 민간의료기관은 '고급진료'로 역할을 구분하고, 현재 10% 수준인 공공의료의 역할을 늘려간다면 국가적 의료서비스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며 "현재와 같이 열악한 지방의료원의 인력과 시설을 '갈아 넣는' 방식의 감염병 대응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고 했다.

# 전국 방역 안전망 두텁게 한 하남시 호흡기감염클리닉

보건복지부는 최근 3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호흡기전담클리닉 설치에 필요한 예산 500억원을 세웠다. 올해 하반기 전국에 500개소의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설치하고 내년까지 500곳을 더해 모두 1천곳을 운영한다는 목표다.

이는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대비한 방안 중 하나로, 호흡기·발열환자의 체계적인 초기 진료시스템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기능을 하는 시설이 6월 현재 대한민국에 딱 한 곳, 하남시에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의 모델이 된 '하남시 호흡기감염클리닉'이다.

하남시 호흡기감염클리닉 입구에 들어서자 방역복을 입은 게이트 키퍼가 막아섰다. 방문자 신원을 밝히자 길을 열어 주었다. 진입로 오른쪽에는 주차 공간이 있고, 정면에는 접수대가 있다. 접수대 뒤쪽으로 갈림길이 있다. 오른쪽은 호흡기감염클리닉 진료실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코로나19 선별진료소로 이어진다.

사전 진료 예약을 한 환자는 접수대에서 손을 소독하고, 문진표를 작성하고 체온을 측정한다. 예약하지 않으면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면 선별진료소로 안내받을 수 있다. 단순 호흡기 환자는 클리닉 진료실로 이동한다.

이곳에 오는 환자는 대부분 기침, 가래, 발열 등의 증상이 있는 호흡기 환자다. 이들이 일반 병원을 이용할 경우 코로나19 증상으로 오인해 의료진과 여타 환자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지역사회의 불필요한 불안을 없애고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하남시보건소가 주도해 지난 3월 호흡기 클리닉 운영을 시작했다.

클리닉은 사전 예약을 받아 2명 이상의 환자가 동시에 방문하지 않도록 했고, 의료진과의 접촉도 최소화하는 동선을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만에 하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하더라도 전염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였다.

신장도서관 내부에 마련된 클리닉 진료실에는 음압기가 가동되고 의사는 방호복을 입고 있다.

가장 먼저 환자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한다. 이어 의사가 진료를 하는데, 입안을 살필 때는 침방울이 튀지 않도록 투명한 아크릴 함을 이용한다. 처방을 하고 환자가 돌아가면 방역복을 갈아입는다. 환자 5명을 진료하면 5번 갈아입는다. 20분쯤 소요되는 소독도 매번 실시한다.

클리닉에서 진료를 마친 환자는 처방전을 받아서 인근의 지정된 약국으로 간다. 약사는 약국 밖에서 환자를 만나 처방전과 결제수단을 받는다. 안에서 약을 조제하고 약값을 결제한 뒤 다시 밖으로 나가서 환자에게 건네준다. 어찌보면 과도해 보이는 예방수칙이지만, 환자든 의사든 '확실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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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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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
사진 : 조재현·김금보·김도우기자
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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