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포스트 코로나를 말한다·(8·끝)]최병국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예술 분야도 비대면 가속화… 창작자 이전과 다른 세계로"
문화행사 취소·온라인 전환
과거 청중과 교류하며 '감동'
'현장성' 강조하는 경향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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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음악의 생명은 현장에서 연주하는 일회성입니다. 레코딩은 음악가에게 선전 효과와 돈을 가져다주겠지만, 그것은 이미 진짜 음악이 아니지요."

루마니아 태생이며 독일에서 활동한 지휘자 세르주 첼리비다케(1912~1996)가 생전에 한 말이다. '20세기 마지막 완벽주의자'로 불리는 이 거장은 레코딩을 음악의 패스트푸드라고 비난했다. 스튜디오에서 수십 번의 연주를 거쳐 잘된 부분만을 편집해 만들어낸 음악(음반)은 그에게 '진짜가 아닌' 것이었다.



대신 연주회장에서 오케스트라와 청중 간에 오가는 은밀한 감정의 교류와 음악적 감동이 거장에겐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연주자를 비롯한 예술가와 향유자의 만남을 차단했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우려로 문화예술 이벤트들은 취소되거나 온라인 중계 등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술의 현장성을 강조했던 첼리비다케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최병국(사진)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현재를 예술가들과 향유자 모두 변화해야 할 시점으로 봤다. 인천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나오고 서울대 미대 졸업 후 창작 활동을 이어온 한국화가이기도 한 최병국 대표이사는 우리의 삶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예술에서의 비대면화는 가속화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전과 전혀 다른 세계로 향하는 것이며, 예술가들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예술은 면대 면을 통해 향유자에게 감동을 전하고, 정서적 정화를 가져다줬어요. 특히 예술가들은 감정을 단숨에 확 끌어올렸다가 내려오는 기본적 곡선 형태를 통해 감동을 일으켰죠. 동양에서 얘기하는 '일필휘지'처럼 한 호흡이 쭉 이어져 끝나는 것이었어요. 예술가들은 이제 스텝을 나눠 쉬어가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합니다. 더해서 편집이 더욱 주목받을 것입니다. 이처럼 창작의 형태가 바뀔 것이고, 예술가와 향유자 모두 이러한 형태에 익숙해져야 할 때입니다."

그림으로 예를 들면, 지금까지 원화의 섬세한 부분에서 감동했다면 이젠 디지털화한 복사본에서 감동을 하는 시대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디지털화한 복사본에서 감동할 수 있는 요소들이 더 많을 수 있어요. 편집하게 되니, 특정 부분을 강조할 수 있죠. 색상도 더욱 선명하게 가져갈 수 있고요. 이처럼 향유자들의 눈길을 끌 요소들을 더 만들어낼 수 있어요. 예술가들 입장에선 더욱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영상이나 사진 자료로 남기 때문이죠. 일회성의 이벤트에선 실수하면 애드리브를 치거나 해서 순간적으로 모면할 수 있지만, 이젠 잘하지 못한 부분이 영원히 남게 됩니다. 또한 빈틈이 더 잘 보일 수 있어요. 편집으로 덮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예술가들의 노력은 더 심화할 것입니다."

최 대표이사는 이제 예술가와 향유자 모두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사회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와 예술도 생활방역과 어우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천문화재단의 예술 지원도 상황에 맞춰 준비해야 할 때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재단은 창작물이나 공연,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보고 선발해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작품 제작의 재료부터 공간, 외톨이로 작업할 수밖에 없는 예술가의 심리 상담까지 지원해야 한다"면서 "비대면 영역 확장에 따라 공간(장비)을 잘 구축해서 지금의 관중이 모이는 공간이 아닌 예술가들이 창작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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