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들이 모르고 있는 '학교재량 사업'

남국성 기자

발행일 2020-07-16 제1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화장실 내 불법 촬영' 점검 조례
작년말 개정 불구 다수 인지못해
생리대 자판기 설치등 '유명무실'

경기도교육청 공문 보낼뿐 '뒷짐'


생리대 자판기 설치를 비롯해 학교 재량에 맡겨진 각종 사업들이 줄줄이 표류하거나 엇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내용조차 알지 못하는 학교가 수두룩한데도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재량'이라며 일선 학교에 넘긴 후 공문만 보낼 뿐 뒷짐을 지다시피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최근 경남 김해의 한 학교 화장실에서 교사의 불법 촬영 사실이 발각, 교육부가 전국 학교에 대한 긴급 점검을 결정한 가운데 박찬대(인천연수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경기도에선 136건의 학교 내 불법 촬영이 발생,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경우 학교 화장실 내 불법 촬영 여부를 학교장 재량으로 점검토록 이미 지난해 말 관련 조례가 개정됐다. 그러나 점검 규정이 마련됐는지조차 모르는 학교들이 다수인 상황 속 점검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상반기에 '화장실 내 불법 촬영 예방을 위해 학교장이 노력해달라'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지만, 매일 학교로 쏟아지는 공문들 틈에서 '종이 한 장'에 불과할 뿐이었다.

앞서 '깔창 생리대' 논란 이후 생리대 자판기를 학교장 재량으로 설치토록 한 규정 역시 일선 학교에서 인지조차 하지 못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코로나19 사태 속 탄생한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역시 어렵사리 각 가정에 전달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구성품을 결정하게 하면서 친환경 농산물이 아닌 가공품이 포함되는 일마저 발생했다.

급식용 친환경 농산물을 납품하지 못해 그 피해액만 7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를 소비하자는 취지 자체가 전면 훼손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공통점은 학교 재량에 맡겨진 후 그 취지가 무색해지거나 실효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특히 생리대 자판기 설치와 불법 촬영 점검은 도의회에서 개정안 심의 당시 학교장의 '의무'로 규정했다가 도교육청의 반대로 '재량'으로 완화했는데, 그 이후 표류하는 실정이다. 관리 주체인 도교육청이 학교에 권한을 넘긴 후 뒷짐만 지고 있어, 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공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교육청에서) 해당 규정이 잘 지켜지는지 수많은 학교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며 "재량이 아닌 의무로 규정하면 일선 학교에서 관련 내용을 인지하는 정도는 높아질 수 있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업무 강도도 그에 비례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

남국성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경인일보 채널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부산일보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