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천박한 도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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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산타워에 갔다. 밤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야경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여러 나라 여러 도시의 야경을 보았지만 이런 야경은 처음이었다. 불꽃놀이에서 채 타오르지 못한 불꽃이 바닥에 그대로 떨어져 있는 듯했다. 외국인들이 서울의 야경을 왜 으뜸으로 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서울의 야경을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의 국력이 어느 정도인지 서울에 살지 않는 나 역시 자랑스러웠다.

물론 낮의 서울은 다를 것이다. 그 곳이 어디든 도시는 늘 비정하고 차가운 곳이다. 그래서 문학과 영화, 음악의 단골 소재로 사용된다. 찰스 디킨스는 소설 '두 도시 이야기'에서 런던과 파리를 그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오우삼 감독은 뉴욕과 홍콩의 이면을 영화 속에 담았다. 잿빛 하늘, 메마른 공기, 번잡한 거리, 냉담한 이웃 등 도대체 정을 느끼기가 어려운 게 도시다. 그렇다고 도시가 무조건 나쁘기만 한 곳은 아니다. 각종 편의시설로 인해 도시민들은 온갖 특권을 누린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정신없고 끔찍한 삶에 넌더리를 내면서도 대도시로 모여들고 이런 것들에 익숙한 나머지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

서울도 그런 곳이다. 조용필이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만든 노래 '서울 서울 서울'은 우리의 서울을 이렇게 노래한다. '해 질 무렵 거리에 나가 차를 마시면/내 가슴에 아름다운 냇물이 흐르네/이별이란 헤어짐이 아니었구나/추억 속에서 다시 만나는 그대/(중략)/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서울 서울 서울 그리움이 남는 곳/서울 서울 서울 사랑으로 남으리 워 워 워 Never forget oh my lover Seoul'.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서울을 '천박한 도시'에 비유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부산을 "초라한 도시"라고 해 논란을 일으킨 지 몇 달이 지나지도 않았다. 파문이 커지자 "서울의 집값 문제 및 재산 가치로만 평가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급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정말 그런 뜻이었다면 이 대표의 눈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 뉴욕은 천박함을 넘어 쓰레기 도시로 보일 것이다. 이번 발언은 누가 들어도 4·15 총선에서 50개 의석수 중 무려 41개를 안겨준 서울 시민을 모욕한 것이다. 수도 이전을 위해 무심코 던진 말일 테지만, 이로인해 국론이 또다시 분열될까 눈앞이 아득하다.

/이영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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