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들목' 인천공항 이야기·(25)]대중문화와 # IncheonAirport

비행기 안타도 '날아갈 것 같은 기분'… 공항을 즐기다

박경호 기자

발행일 2020-08-0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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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많은 곳 '#인천공항' 부동의 1위
K-Pop 스타 입출국 장면 메인… 해외 팬도 직접 방문
젊은 층, 출국 위한 특별한 장소 아닌 '일상화'된 공간

공항 속사정 담은 드라마 '여우각시별' 등 콘텐츠 다양
동남아 영화 촬영지 인기… '여행가고 싶은 한국' 상징


21세기 시작과 함께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은 단순한 터미널이 아닌 새로운 '문화 놀이터'로도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2009년 여름 영국 히드로국제공항에 상주한 경험을 담아 쓴 에세이 '공항에서 일주일을'을 통해 이렇게 표현했다.

'혼돈과 불규칙성이 가득한 세계에서 터미널은 우아함과 논리가 지배하는 훌륭하고 흥미로운 피난처로 보인다. 공항 터미널은 현대 문화의 상상력이 넘쳐나는 중심이다. 만약 화성인을 데리고 우리 문명을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깔끔하게 포착한 단 하나의 장소에 데려가야 한다면, 우리가 당연히 가야 할 곳은 공항의 출발과 도착 라운지밖에 없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공항 예찬'이 인천국제공항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는 않은 듯싶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은 2016년과 2018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해시태그(#)가 많았던 장소를 발표했는데, 인천공항이 계속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2위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고, 2018년 2위는 에버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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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한 '#incheonairport'. K-Pop 스타들의 인천국제공항 입출국 장면이 다수 나온다. /인스타그램 캡처 이미지

사람들은 해시태그와 함께 입력하는 문자를 통해 자신의 SNS 게시물을 전 세계로 공유한다. SNS상 해시태그 '#인천국제공항' 또는 '#Incheonairport'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은 무엇을 공유할까.

5일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인천국제공항' 또는 '#Incheonairport'를 검색했을 때 단연 눈에 띄는 게시물은 K-Pop 스타들의 공항 입출국 장면이다. 게시물을 올린 사람이 직접 촬영한 사진·동영상도 상당수다. 해외 팬들도 한국의 스타들을 보려고 일부러 인천공항을 찾곤 했다.

인스타그램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SNS '틱톡'에서 인천국제공항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팬들에게 둘러싸인 채 인천공항을 걷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 지수 등 K-Pop 스타들이 넘쳐난다.

물론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 촬영한 게시물이지만, SNS시대의 인천공항은 TV 속에서만 보던 K-Pop 스타들을 직접 만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해시태그 '#Incheonairport'는 외국인들이 한국 땅을 밟고 처음 찍은 사진·동영상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관문'을 상징한다. 공항 길을 안내하는 인천공항의 마스코트 로봇 '에어스타(AIRSTAR)'도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SNS 게시물이다.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는 각 나라 외국인들이 제작한 '인천국제공항 이용법' 영상을 볼 수 있다. 공항 내 한식당에 대한 평가와 함께 "가장 좋은 공항 라운지"라는 반응이 많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유튜브 계정을 통해 '인천공항TV' 등 자체적인 콘텐츠를 제작해 공항에 관한 각종 정보를 알리고 있다.

정지은 문화평론가는 "과거 공항은 여객기를 이용할 때가 아니면 잘 가지 않는 특별한 공간이었다면, 아이돌을 보기 위해 기다리거나 사진을 찍으러 공항을 자주 찾게 된 젊은 층에는 일상화한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방탄소년단
월드투어를 마치고 귀국하는 방탄소년단을 보기 위해 몰린 팬들로 인천공항 입국장이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중문화 콘텐츠 중에서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인천공항의 속사정을 엿볼 수 있는 드라마가 있다. 2018년 10~11월 방영한 SBS 드라마 '여우각시별'이다.

SF적 설정과 로맨스가 있지만, 드라마 주요 배경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등 공항 일대다. 거의 모든 출연진이 공항 직원 역할을 맡았다. 365일 24시간 가동하는 인천국제공항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애환을 담았다.

배우 이제훈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여객서비스팀 직원 이수연은 카이스트를 졸업해 최고 점수로 공항공사에 입사한 수재다. 배우 채수빈이 맡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여객서비스팀 직원 한여름은 삼수 끝에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줄임말)에 겨우 입사했지만,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며 상사에게 혼쭐나기 일쑤다.

인천공항 여객서비스팀과 보안팀 직원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이 드라마는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최근의 '인국공 사태'가 떠오르기도 한다.

드라마 '여우각시별' 속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놀랄 법한 에피소드들이 묘사되는데, 대부분 국내외 공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몄다고 한다. 평생 비행기 한번 안 타본 자녀를 위해 금괴밀수 '운반책'으로 가담하는 대가로 항공권과 여행비를 받은 부부가 '여우각시별'에 등장한다.

현실은? 2018년 6월 인천지법은 200g짜리 소형 금괴 40개를 8차례에 걸쳐 몸에 숨겨 중국 옌타이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밀반입한 회사원 A(38)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법원은 A씨에게 밀수한 금괴 규모에 해당하는 3억6천900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A씨는 금괴를 한 번 운반할 때마다 항공권과 숙박비 등을 제외한 운반비 40만원을 받았다. 이처럼 금괴 운반에 가담하는 사람 상당수는 '공짜 여행' 때문이었고, 대다수는 세관 검색에서 잡힌다.

10년 전 인천국제공항의 모습이 어땠을지 궁금하다면 2007년 5~7월 방영한 MBC 드라마 '에어시티'를 보면 된다. 인천국제공항 개항 6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제작된 인천공항 소재 드라마다. 주인공으로는 배우 이정재가 인천국제공항 담당 국정원 요원으로, 한류스타 최지우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운영본부 실장으로 열연했다.

드라마 '여우각시별'의 시점은 불과 10년 전의 인천국제공항이지만, 공항 곳곳을 채운 인프라가 많이 다르다. 그만큼 인천국제공항이 첨단화했다는 의미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들의 일상도 두 드라마가 사뭇 달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여우각시별'과 '에어시티'는 코로나19로 공항 갈 일이 없어진 요즘 '언택트'(Untact)로 인천공항을 즐기기에 제격인 콘텐츠다. 포털사이트나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 등에서 유료 결제 후 시청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은 빼놓을 수 없는 영화·드라마·CF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인천영상위원회가 로케이션을 지원해 인천공항에서 촬영한 영화 등 영상 콘텐츠만 90편이 넘는다. 국내에서 입출국 장면을 찍을 곳이 인천국제공항 말고 어디가 있겠는가.

최근작부터 주요 작품을 살펴보면 영화 '블랙머니'(2019), '비스트'(2019), '버닝'(2017), '강철비'(2017), '옥자'(2017), '택시운전사'(2017) 등이 있다. 드라마는 '남자친구'(2018), '비밀의 숲'(2017), '아이리스'(2009) 등 화제작들이 인천국제공항 풍경을 담았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인천국제공항을 여러 편의 장편영화 촬영지로 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동남아 영화 속 인천공항은 '여행 가고 싶은 나라 한국'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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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의 마스코트 로봇 '에어스타(AIRSTAR)'. /경인일보DB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 수많은 해외 보도진의 카메라를 타고 전 세계로 송출된 적이 있다.

2014년 9월11일 오후 6시47분 고려항공 JS615편을 타고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남한으로 온 북한 선수단 선발대 94명의 입국 장면이다.

카메라에 잡힌 북한 대표팀 선수들은 하얀 재킷에 파란색 셔츠와 함께 남성은 파란색 바지를, 여성은 파란 원피스를 입었다. 재킷 소매를 걷어 올린 채 덴마크 유명 스포츠 브랜드 '험멜' 가방을 메고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던 북한 선수의 모습은 경직됐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여유롭고 밝아 보였다.

베일에 싸여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미디어에 공개적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다.

공항을 소재로 한 대중가요가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한 이후에야 활발하게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곡으로는 하림의 '출국'(2001), 마이 앤트 메리의 '공항 가는 길'(2004), 거북이의 '비행기'(2006), 윤종신의 '도착'(2013), 박진영·이진아의 '공항 가는 길'(2015), 리듬파워의 '인천공항'(2019) 등이 있다. 인천공항을 연상하면서 들어봐도 좋다.

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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