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부동산 "떴다방 끼고 싹쓸이"
3곳 확인 결과 2곳 1천㎡씩 쪼개
보상 노린 '폐기물 적치' 수법도
"곧 지하철 들어선다 자랑 들어"
"도로 옆 농지를 1천㎡(300평 규모)로 자르면(필지 분할하면) 투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부동산업자들은 다 알아요."
9일 시흥시 과림동의 Y부동산은 지난해 6~7월 '광명시흥일반산업단지'와 관련해 무지내동 316개 필지 보상이 괜찮게 나온 이후 별안간 외지인이 몰려왔다고 전했다.
과천 등에서 개발사업 보상을 받았던 외지인들이 광명으로 유입돼 인근 G부동산과 함께 떴다방을 끼고 3.3㎡당 130만원 이하 땅을 싹 '찍어갔다'(사갔다)는 게 부동산 측의 설명이다.
이후 3.3㎡당 160만~170만원 하던 시세가 200만~230만원으로 급등했다. 인근 부동산 대표 A씨는 "도로 옆에 위치한 농지인데 300평 규모로 잘려 있으면 투기일 확률이 높은 땅"이라며 "항공사진 상으로는 한 개 필지인데 지번상으로는 여러 개 필지인 농지가 바로 그런 곳"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A씨는 '투기 필지'라며 기자에게 인근 필지 3곳의 지번을 알려주기도 했다. 실제로 이 필지들을 확인한 결과, 3곳 중 2곳이 한 개 필지를 1천㎡ 정도의 여러 필지로 쪼개놓은 곳이었다.
앞서 과림동의 필지를 매매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지난해 필지를 1천㎡가량으로 4등분 해 '협의택지'를 받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3월8일자 2면 보도=[LH 직원 투기의혹 밝힐 '열쇠']과림동 667일대 매입후 4필지로 '쪼개'…6일후 보상규정 개정)이 제기되기도 했다.
1천㎡ 이상 면적의 토지를 가진 소유주에게는 토지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보상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계획적으로 투기를 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쪼개기가 이뤄진 필지를 보니 한 곳은 고물상에 둘러싸인 맹지로, 지난해 12월 2개 필지로 쪼개진 후 남측방향 통행로 등 지역권 6개가 설정됐고 4일 후 6억4천만원에 팔렸다. 이 중 4억5천만원이 근저당이었다. 다른 한 곳도 원래 3천429㎡였다가 지난 1월26일 1천143㎡의 필지 3개로 쪼개졌다.
광명시 가학동에서는 '폐기물 적치'라는 새로운 투기 수법이 포착됐다. 가학동의 한 맹지엔 휴업 중인 고물상의 폐기물이 마구 쌓여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보상 시에 운송 명목으로 트럭 1대당 주는 보상금을 받기 위해 고물상으로 둔갑해 폐기물을 적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투기 일당'을 봤다는 사람도 등장했다.
가학동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지난해 비닐하우스 한복판에 일꾼들이 별안간 큰 나무를 심어 이상하게 생각하던 차에 자신을 땅 주인이라고 소개한 50대 전후 남성이 '광명·시흥 산에만 땅을 3군데 샀는데 곧 지하철이 들어올 것 같다'며 자랑을 늘어놨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2·4·7면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