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코로나 지원 앞장 '경기신용보증재단' 창립 25주년

빚내기 어려운 소상공인 '호흡기'…팬데믹 위기속에 빛난 '경제방역'

강기정 기자

발행일 2021-03-19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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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보증 공급 '5조6408억'… 2019년의 2배 달해
당시 영업점 문열기전 긴 줄 "지원 규모·상담 역대 최고"
벼량끝 상황 반영 저신용 상품·유흥업소 대출 확대 등 실시
지점서 만난 소상공인 "가게 재정비하고 다시 일하기 위해 방문"
비대면 서비스 본격화·경기 회복 조짐… "수요 여전히 많지만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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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경기도에 발생한지 1년하고도 50일이다. 불편했던 마스크가 제법 익숙해진 만큼 코로나19가 바꾼 사회상도 하나둘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침체됐던 지역 경제 역시 차츰 살아나는 분위기다. 3차 대유행이 잦아들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기도 중소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상승세를 되찾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3월 경기 전망을 도내 중소기업들에 물은 결과 경기전망지수가 79.5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2월보다 7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지역 경제에도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지 기대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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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으로 치달았던 경제 위기…자금난 내몰린 소상공인들


지난해 코로나19발(發) 경제 위기가 어느 정도로 심각했는지 가장 잘 느낄 수 있던 장소 중 한 곳은 경기신용보증재단의 일선 영업점들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중소기업·소상공업체가 경기도에 소재한 만큼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중소기업·소상공업체들의 대출 보증 수요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수요가 폭증했다.

거리에 인적이 끊기고 수출 길이 막히면서 매출은 줄었는데 임대료, 인건비 등으로 지출해야 하는 돈은 그대로라 더 많은 금액을 대출받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영업점이 문을 열기 전부터 대출 보증을 신청하기 위한 기업인·소상공인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였다. 당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경기신보를 찾아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2014년 세월호 사태로 안산 지역경제가 침체됐을 때는 안산에 현장 보증 지원 센터를 꾸리고 한 달간 상주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국내 첫 발생지인 평택 지역경제가 가라앉아 이곳 영업점에만 하루에 300명씩 올 정도였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만큼은 아니었다. 경기신보가 창립한지 올해로 25년이 됐는데 지원 규모도, 상담 요청도 역대 최고조였다"는 게 경기신보 측 설명이다.

위기가 특정 지역에 국한돼서 나타난 게 아니라 전 세계적 팬데믹으로 번진 탓에 여파 역시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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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2월 17일 경기신용보증재단 수원지점이 보증지원을 받기 위해 몰려든 소상공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2020.2.17 /경기신용보증재단 제공

실제로 지난해 경기신보가 보증 지원한 금액만 5조6천408억원이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지원한 2조8천727억원의 2배 규모다. 5조6천억원의 70% 가까이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집중 지원됐다.

당시 4월9일부터 5월13일까지 불과 20일(영업일 기준) 만에 2조원이 지원될 정도였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자금난에 부딪힌 기업인·소상공인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방증이다.

급기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마저 생겼다. 안양에서 노래바를 운영하던 60대 자매가 극심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유명을 달리했다. 이에 기존엔 대출 보증 지원 대상이 아니던 유흥업소 등에도 보증 지원의 길을 열었다.

마찬가지로 기존엔 신용등급이 낮은 소상공인들은 보증 지원을 받기가 어려웠지만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들의 상황을 감안, 신용등급이 낮아도 보증료와 담보 없이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경기 소상공인 코로나19 극복통장' 상품 등도 출시됐다.

# 다시 기지개…생존 도왔던 금융 지원, 희망의 발판으로

1년 만에 다시 찾은 경기신보 영업점은 다소 한산했다. 지난 17일 오전 수원지점에 있던 소상공인은 5명 정도였다.

코로나19 사태가 현재진행형임에도 영업점 상황이 1년 전과 달라진 데는 비대면 보증 서비스를 본격화한 점도 한몫을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초기 한껏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가 조금씩 회복되고 지역 경제 역시 그와 비례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예약 상담제를 시행하고 지난해 7월부터는 모바일 보증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비대면 서비스가 늘었다. 일부 상품은 기존 보증 지원 기한이 연장되기도 했다. 지금 창구 다수가 비어있긴 하지만 모든 직원이 대응에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코로나19 발생 전보다는 보증 수요가 많지만,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사정이 많이 나아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부터 지난 3월15일까지 경기신보가 도내 중소기업·소상공업체에 보증 지원한 금액은 1조3천901억원이다.

수원지점 관계자의 말처럼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한 해 동안 지원했던 규모의 절반 가까이가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지원된 셈이지만, 그래도 불과 20일 만에 2조원을 지원했던 지난해 상황보다는 나아진 것이다. 위기는 상존하지만 조금씩 희망이 움트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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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에 찾은 경기신용보증재단 수원지점의 모습. 방문한 소상공인들이 거의 없어 다소 한산한 모습이다. 2021.3.17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이날 수원지점에서 만난 한 소상공인은 "지난 한 해는 정말 힘들었다. 가게에 사람은 오지 않는데 임대료는 내야 하니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무급 휴직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조금이라도 불러모으려고 어쩔 수 없이 할인 이벤트를 많이 했는데 부담도 적지 않았다. 지역화폐로 재난기본소득을 줄 때는 조금이나마 활기를 띠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않았고 정부의 임대료 지원은 내야 할 돈에 비해선 턱없이 적었다"며 "그래도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이어지면서 조심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소비 심리가 조금씩은 회복되는 것 같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것도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회복세라는 느낌이 있다. 저도 가게를 재정비하고 직원들과도 다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으려고 왔다"고 말했다.

생존은 물론, 재도약의 동력을 얻기 위해 경기신보의 문을 두드리는 소상공인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신보 관계자는 "위기는 현재진행형이고 어려움 역시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해가 바뀌면서 일선 영업점에서 느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긴 했다"며 "경기신보는 기업인, 소상공인들이 있어 존재하는 기관이다. 위기에도 함께 했듯, 이를 극복하고 다시 발돋움하는데도 마찬가지로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성옥희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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