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인사이드] 안락사 없는 유기견보호소 '아지네마을의 눈물'

누군가 "불법건물" 신고, 행정명령 연장 중 '살얼음판'

국민청원에도…예외 두기 어려운 김포시도 전전긍긍

일생 바친 박정수 소장 "합법운영 위한 공공용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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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아지네마을 소장이 홍역에 걸려 시름시름 앓는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다. 2021.5.13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어제는 잘 싸더니 오늘은 찔끔찔끔하네..."

지난 13일 오후 김포시 양촌읍 한 도로 뒤편에 자리한 유기견보호소 '아지네마을'에 들어서자 박정수(74) 소장은 숨을 헐떡이는 강아지의 소변을 연신 닦아주고 있었다. 인천에서 보호소를 운영하던 박 소장은 주거지와 동떨어진 지금의 입지에 3년 전 터를 잡고 주로 대형견인 유기견 220여마리를 보호해왔다.

올해 초 이곳의 불법 건축물을 누군가 신고해 철거 위기에 놓이자 행정명령 취소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다. 안락사 없이 유기견들이 명을 다할 때까지 정성 들여 돌봐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이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달라진 건 없었다. 민원신고를 접수한 김포시 입장에서는 현행법상 아지네마을만 예외사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원상복구 시정명령 기한을 몇 차례 추가 연장했지만, 이마저도 6월 19일이면 다시 만료한다. 보호소 식구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살얼음판 위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 소장은 평범한 주부였다. 보호소라는 걸 알지도 못했고 유기견 관련 봉사 한 번 나간 적이 없었는데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위해 이사한 남양주에서 인생이 뒤바뀌었다. 유기견과 다를 바 없이 방치된 시베리안허스키가 멀리서 자신을 보고는 벌러덩 드러누우며 애교부린 게 눈에 밟혔다. 주인이 식용으로 팔아넘기려 할 때 데려왔더니 새끼를 10마리나 낳는 바람에 비용을 치르고 보호소로 보냈다. 이 무렵부터 유기견들의 삶에 눈을 떴다.

경제적으로 풍족했던 박 소장은 유기견 구조와 보호활동을 하면서 주택 두 채를 팔고 노후자금까지 써버렸다. 인터넷을 다룰 줄 몰라 오랜 기간 후원도 없었다. 극렬하게 만류하던 자녀들과는 한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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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위치한 아지네마을(왼쪽)과 최근 건강 악화로 얼굴이 부은 박정수 소장. 2021.5.13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아지네마을은 부지 임대료와 사료·동물병원비 등 매월 유지관리에 1천300만원~1천500만원이 소요된다. 김포로 옮긴 이후 사람들은 보호소 앞에 70마리 이상을 버리고 자취를 감췄다. 네이버카페 '아지네마을'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이는 후원금은 매월 300여만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10년 넘게 이어진 박 소장의 채무로 감당한다. 채권자들이 취지를 이해해준 덕분에 독촉을 미루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 실정이다.

박 소장은 건강이 급격히 악화해 고민이 깊어졌다. 과거 끼니를 걸러가며 남양주 자택에서 인천 보호소를 오가는 동안 살이 20㎏ 빠지고 부정맥과 심부전증이 생겼는데 최근 숨이 안 쉬어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하지만 그는 녹초가 된 몸을 꾸역꾸역 일으킨다.

박 소장은 "어떻게든 2~3년은 버텨야 할 상황이다. 이 아이들이 다 어디로 가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명하고 청결하게 보호소를 운영해왔다고 자부한다. 임대료 다 낼 테니 아이들 쫓겨나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공공용지를 지원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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