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상황"
사고 예견 주의 의무 위반엔 '부인'
檢 "진술보다 영상이 명확한 증거"
재판부 "충분히 고민후 결정할 것"


인천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화물차 운전기사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이규훈) 심리로 13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화물차 운전기사 A(65)씨의 변호인은 "일반 국민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피고인이 당시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를 배심원인 국민들의 판단을 받으려 한다"고 국민참여재판 신청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공소사실에 대해선 "피고인이 차량으로 피해자를 충격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제한 속도를 위반하거나 신호 위반을 하지 않았으며, 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운전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부분은 부인한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은 해당 지법 관할구역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주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제도다. 평결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재판부는 선고 과정에 이를 참작한다.

검찰 측은 "이번 사건은 진술보다 영상이 명확한 증거이기 때문에 영상을 법정에서 재생하면 피고인이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는지 등을 판단하기에 충분하다"며 "여러 시민의 의견을 듣는 게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맞섰다.

A씨는 지난 3월 18일 오후 1시 51분께 인천 중구 신흥동 3가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4학년 B양을 25t 화물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편도 3차로 중 직진 차로인 2차로에서 불법으로 우회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교통공단 정밀 분석 결과에서는 A씨가 제한 속도나 신호를 위반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인 점을 고려해 A씨에게 일명 '민식이법'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A씨가 당시 사고를 예상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부분이 이번 재판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만한 사안인지 의문이 많다"며 "충분히 고민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