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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첨 후문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민영이 양부모의 살인죄 적용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근조 화환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 5월 양부모의 학대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민영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1일 오전 사망했다. 2021.7.13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지난 5월 화성에서 양부에게 여러 차례 폭행당해 뇌출혈로 쓰러진 뒤 의식불명 상태에 놓인 민영이 사건(6월 5일 인터넷보도= [취재후(後)]화성입양아동 학대사건, 풀리지 않은 의혹 4가지). 양부모의 학대로 두 달 넘게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세상을 떠난 민영이는 지난 14일 오후 화성 함백산추모공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최근 언론과 시민단체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민영이 사건'이지만, 민영이 이전에 '정인이(지난해 서울 아동학대살인사건)'가 있었고, 국내 아동학대 사건 최초로 살인죄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진 '서현이(2013년 울산 계모학대살인사건)'가 있었다. 이 사건 안팎으로 우리 사회 아동학대는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지속해서 발생해 왔다.

매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늘고 있다. 하지만 담당 수사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동학대특별수사팀 1인당 담당 사건이 47.6건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 수사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피켓시위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화성 입양아 학대 사건' 첫 공판이 진행된 6일 수원지법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정의당 이은주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각 시도경찰청 아동학대특별수사팀 운영현황) 지난달 말 기준 전국 17개 시도경찰청 아동학대특별수사팀 수사인력은 총 139명이다. 지난 2월부터 5개월간 17개 시·도경찰청 아동학대특별수사팀에 총 3천681건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것을 고려하면 전국의 수사관 1명이 평균 26.5건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셈이다.

경찰청은 양천 아동학대사건 후속조치로 17개 시도경찰청에 13세 미만 아동학대 범죄를 전담하는 아동학대특별수사팀을 신설, 2월8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 접수 시 경찰서에서 초동조치를 하면서 피해 아동이 만 13세 미만인 경우 시·도경찰청 아동학대특별수사팀에서 전담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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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화성시 매송면 함백산추모공원에서 양부의 학대로 숨을 거둔 민영이의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지난 5월 양부의 학대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민영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1일 오전 끝내 숨을 거뒀다. 2021.7.14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경기남부경찰청이 20명으로 가장 많지만 인구수를 고려하면 충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경찰청 18명, 인천경찰청 10명, 경남경찰청 9명, 부산·울산·경기북부경찰청이 각 8명, 대구·경북경찰청 각 7명, 대전·강원·충남·전북경찰청 각 6명, 광주·충북·전남·제주경찰청이 각 5명씩 구성돼 있다.

아동학대특별수사팀 운영이 시작된 2월8일부터 6월30일까지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총 3천681건이다. 이중 검찰로 송치된 사건은 1천778건, 범죄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내사종결된 건수는 204건이다. 나머지는 계속 수사 중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남부가 952건으로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됐고, 서울(639건), 경기북부(245건), 인천(242건) 등 순이다.

아동학대 사망 민영이 양부모 살인죄 적용 촉구 근조화환21
13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첨 후문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민영이 양부모의 살인죄 적용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근조 화환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 5월 양부모의 학대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민영이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1일 오전 사망했다. 2021.7.13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경찰은 신고가 접수되면 수사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신고내용들을 하나씩 확인하다 보면 수사가 지체되고 사건이 쌓이게 되는 병목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집 학대사건이 발생할 경우 두 달 치 CCTV를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시일이 많이 소요되는 등 업무부담이 크다"고 했다.

이은주 의원은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사기관의 적극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지역별 신고 건수보다 전담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수사 병목현상과 수사인력의 업무과중이 우려된다"며 "아동학대 전담 수사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