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재사망 노동자 엄마… 김미숙 '김용균 재단' 대표

"최소한의 대책·안전조치만 있어도 살 수 있는 사람 많아"

발언하는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YONHAP NO-4287>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연합뉴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당시 24세)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018년 12월 충청남도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서다. 김용균씨의 몸은 위험한 일터에서 회사의 작업지시를 따르다 부서졌다.

'제2의 김용균을 막아야 한다'며 각종 법안이 발의되고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산업재해는 오늘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 사건은 한 노동자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죽음의 그늘은 숨진 노동자의 가족과 동료에게도 드리워진다. 매해 산재로 숨지는 노동자는 2천400여명, 이들의 가족과 동료까지 더하면 수만명이 산재로 고통을 받는다.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과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 낸 현실이다. 

아들의 죽음, 남겨진 엄마
고(故)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사단법인 '김용균 재단' 대표는 아들을 산재로 떠나보내고 삶의 목적이 사라졌다고 한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김 대표는 산재 사망 사건을 겪고 난 뒤 아들처럼 수많은 사람이 일하다 죽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한테 피해 안 주고 내 가정을 잘 돌보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들이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난 뒤 사회가 안전하지 않은데, 어떻게 각각의 가정이 안전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꼬리표처럼 남았다.

"자식을 잃고 나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픔만 감내하면서 있고 싶었는데, 계속 용균이가 잘못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얘기하더라. 그다음부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나서서 안전하지 못했던 현장 때문에 용균이가 그렇게 된 것이라는 증거를 찾아야 했다. 가끔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자식도 없는데 이렇게 먹고 사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용균이와 같은 죽음이 계속된다면 트라우마는 평생 안고 가야 할 수밖에 없다." 
사측, 과실로 몰고 하청에 떠넘겨
'용균이 죽음' 계속땐 평생 트라우마
피해가족들과 그림·글 치료 병행
자식을 먼저 보내는 역리의 아픔은 김 대표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위험한 일터에 내몰려 숨진 아들의 어머니에게 냉혹한 현실이 트라우마를 깊게 했다. 사측은 김용균의 과실로 몰았다. 원청은 쏙 빠진 채 하청에 책임을 떠넘겼다. 숨이 끊어진 아들은 말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닥친 아들의 산재 사망 사건으로 생긴 트라우마. 쉽게 극복할 수 없었다. 산재 피해 가족모임 '다시는'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트라우마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 김용균 재단의 시작
산업재해 사망이 되풀이되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를 마주한 김 대표는 '김용균 재단'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재단 출범을 앞두고 40여명의 유가족 대책위원회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일반 가정주부라서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여러분들이 도와주시면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김용균 재단은 지난 2019년 10월26일 출범했다. 계속된 죽음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 맞서 싸우고 싶었다. 산재로 인한 죽음이 헛되이 잊히지 않도록 기록하고 싶었다.

"최소한의 대책, 작은 안전조치만 있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런데 아무도 이 죽음에 책임지지 않고 노동자 과실로 몰아가니 사후 방지대책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의 가족들의 몸과 마음을 산산이 조각낸다. 정부가 그간 숱한 죽음과 깨진 유족들의 몸과 마음을 모두 방관했다." 
"정부, 유족들의 깨진 마음 방관"
개인이 직접 나서는 분위기 필요

김 대표는 산재를 막으려면 제대로 된 처벌이 필요하지만, 시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잠깐의 관심으로 산업재해가 줄어들거나 안전한 노동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저는 돌아다니다가 공사현장을 보면 안전조치를 물어보기도 한다. 일반 시민들도 안전하지 않은 공사장을 보면 직접 현장에 다가가 위험해 보인다고 말해주는 연대가 중요하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나서다 보면 큰 흐름이 만들어질 것이다. 안전한 사회는 누군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김 대표의 목표는 재단의 인력을 늘려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산재 현장에 손을 뻗는 것이다. 다시는 아들과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말이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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