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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호법면 후안리 복하천 인근에서 지난 15일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H5N1)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인되면서 지역 농가들이 방역강화에 들어갔다. 23일 이천시 호법면의 한 가금류 농가에서 이천 축산농협 방역 차량이 고병원성 AI 차단을 위한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2021.11.23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이천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11월23일자 1면 보도=경기도 'AI 방어선' 결국 뚫렸다)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대량 살처분'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천시 후안리 복하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 시료에서 H5형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됐다. 도내에선 올해 첫 고병원성 AI이다. 지난겨울에는 도내 고병원성 AI 37건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165개 농가에서 1천472만마리를 살처분하는 큰 피해가 이어졌다.

특히 야생조류가 아닌, 축산농가 가금류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3㎞ 이내 모든 가금류를 살처분하도록 돼 있어 지난겨울 농가들의 반발이 컸다.

 

범위 조정 불구 최대 3㎞내 유동적
첫 시행 질병등급관리제 신청 적어
"예방살처분 제외되나 보상금 줄어"
살처분땐 달걀가격 상승도 불가피


이에 도는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줄여달라고 정부에 잇따라 건의하면서 일부 수용됐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살처분 범위를 500m(오리 1㎞) 이내에서 시작하되, AI 발생 상황에 따라 최대 3㎞까지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질병등급관리제'에 대한 실효성도 의문이다. 도내 신청 대상 235곳 중 등급을 받은 곳이 37곳에 그치면서다. 등급을 받은 농가는 예방적 살처분에서 제외되지만 이후 AI가 발생하면 기존보다 낮은 보상금을 받아야 한다.

평택의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정모(52)씨는 "기존보다 낮은 보상금을 받는 페널티 때문에 질병등급관리제를 신청하지 않았다. 시설을 개선하는 비용도 들고 농가 규모도 작아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AI가 확산할 경우 대량 살처분에 따른 달걀 가격 상승도 불가피하다.

살처분되면 병아리가 입식한 뒤 산란계로 성장하기까지 5~6개월 정도 걸린다. 이 영향으로 올 3월부터 8월까지 달걀 한판(30개) 소매가격이 7천원대를 상회했다. 일부 마트나 시장에선 1만원 안팎까지 올랐는데, 계란이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탓에 소비자들의 어려움이 컸다.

도내 산란계 농장에서 아직 AI 발생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계란 가격은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전날(22일) 기준 계란 특란(30개)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5천986원으로, 1년 전 가격 (5천566원)과 평년 가격(5천486원)을 웃돈다. 이달 고병원성 AI 발생이 집중된 충청권의 경우 전날 기준 청주(6천200원)와 대전(6천150원)까지 계란 가격이 오른 상황이다.

도 관계자는 "아직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서 현재의 방역 체계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현정·조수현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