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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평택시 청북읍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22.1.6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이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아 화재현장에서 소방관 3명이 숨지는 참변이 다시 발생했다. 매년 비슷한 비극이 반복되자 본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오후 11시46분께 평택시 청북읍에 위치한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7시간 만인 6일 오전 7시12분께 큰 불을 잡았지만 다시 불이 번지자 두 시간 뒤인 오전 9시41분께 대응 2단계를 발령, 화재 진화에 나섰다. 이 불은 이날 오후 3시57분께 초진됐다.


[[관련기사_1]]화마로 인한 그을음이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와 일부분이 새까맣게 변했고 이날 오후 5시30분 기준 소방관들은 현장에 남은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참변은 소방관들이 이날 오전 큰 불을 잡고 난 뒤 잔불 진화를 위해 투입되며 벌어졌다. 2층에서 불길이 재확산한 뒤 건물 내부에 연기가 가득 차면서 건물 일부가 붕괴 되는 돌발 상황까지 발생했다.

인근 공장 관계자는 "6일 오전 9시께 버섯구름이 올라가듯 연기가 갑자기 건물 위로 올라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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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녀 둔 가장' '새내기' 등 참변
함께 근무해온 동료들도 심경 황망


이 불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5명 중 3명은 끝내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순직한 소방관 3명은 모두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3팀에서 근무하는 한 팀이다. 이들 중 한 소방관은 자녀 2명을 둔 가장으로 알려졌고 또 다른 소방관은 임용된 지 1년이 안 된 새내기여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순직한 소방관들과 함께 근무해온 동료들도 황망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후 119구조대에서 만난 한 소방관은 "현장 소방관은 누구나 존경받는 이들"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한평생 소방관 생활을 해왔다"며 "오히려 이제는 담담하다"며 솟구치는 눈물을 삼키려는 듯 보였다. 그는 결국 눈시울이 붉어진 채 넋두리를 했다. "10년 전에도 또 그랬단 말이죠. 저희가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이제는 말도 안 나옵니다."

전문가 "보온재 석유화학제품 불구
필수적 안전관리자 미배치 일쑤…
이익위해 안전 뒷전에 반복" 지적


이처럼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안전 의식' 부재로 인한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지난 2020년 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 지난해 이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에 이어 유사한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물류센터의 보온재가 대부분 석유화학 제품이라 내부에 상당한 고열이 형성됐고, 동절기에 바람까지 유입되며 불이 확산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규모 물류센터에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배치돼야 할 안전관리자들이 없는 경우도 많고, 시공사들 역시 공정을 단축할수록 이익이 남아 안전을 뒷전으로 미룬다"며 "시공사뿐 아니라 국가 역시 안전관리자, 임시소방시설이 모두 있었는지 확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시공사, 작업자, 국가 관련 부처가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동필·이시은·이자현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