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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에 사는 이영미(가명)씨는 지난달 27일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서 백화점 상품권을 원가보다 싸게 판다는 게시글을 보고 7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했다.

이 상품권으로 물건을 사려던 이씨는 사용처에서 누군가 이미 쓴 상품권이라는 안내를 받고 그제야 사기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씨는 당근마켓 커뮤니티에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지역에 있는 주민들이 댓글과 쪽지로 하나둘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했다.

'당근마켓'서 상품권 싼 가격에 구매
'이미 사용'…커뮤니티에 피해 호소


이씨는 "중고거래 사기범과 거래했던 분들이 하나둘 제보해주셨다"며 "인상착의, 주로 거래하는 지역, 활동 시간대 등 여러 정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같은 지역 주민 박준현(32)씨가 이씨에게 "내가 사기범을 유인할 테니 같이 한번 잡아보자"고 제안했다. 박씨는 사기범 일당이 당근마켓에 올린 게르마늄 팔찌를 구매하는 척 그들에게 접근했다. 박씨는 이달 1일 오후 11시께 인천 부평구 일신동 한 식당 앞에서 거래하기로 했고, 이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다.

경찰은 잠복해 있다가 거래 장소 인근에 나타난 사기범 일당을 붙잡았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지역 주민 "유인할 테니 잡자"
경찰이 거래장소 잠복 일당 붙잡아


경인일보에 이를 제보한 이씨는 "처음 피해 사실을 알았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다"며 "사기범을 잡도록 도와주신 시민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씨를 도운 박씨는 "나도 중고거래 사기를 당해본 적이 있다. 피해자가 얼마나 화가 났을지 상상이 갔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고자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3일 인천삼산경찰서는 시민들의 기지로 범행 현장에서 붙잡은 20대 남성 A씨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다른 피해자가 더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